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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오래된 유물이라는듯한 냄새를 풍기던 그 책의 먼지를 적당히 털어냈다.



집으로 가는길에 이어폰으로 양쪽 귀를 틀어막고,터벅터벅 걸어갔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내 모습과 집에서 생활하는 내 모습,그리고 그사이사이 지금과같은 이런 순간.귀를 막고있는 순간..

어느모습이 내 진짜 모습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지만,아무렴 뭐 어때.....

난 또래답지않게 시끌벅적하거나,요즘인기있는 TOP30뭐 이런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평소에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잔잔한 노래를 듣는다.

특히 가사도없고,똑같은 루트에서 몇가지 멜로디가 추가되는형식의 그런 음악은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게 해주는 고마운존재다.

잊혀진 과거의 기억들도 가끔씩 생각나고...바쁜세상속에서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철학적인 사고도 길러주는 존재라고할까?







뭐,,...그렇다고해서 음악볼륨을 크게잡아서,사고가 나도 내 책임은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뿐..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한 후,방에 가서 아까 도서관에서 가져온 헌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고,책상에 앉아 읽을 준비를 했다.

종이 느낌자체가 엄청 옛날에 쓰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A4도 아니고,한지도 아닌 투박하면서도 날카로운..?큰 산같이 느껴졌던 우리 아버지가 나이들어있는모습같았다.

참 어렸을땐 크디 큰 산 같으셨는데..말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아직도 책임감이 넘치신다..




또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던 모양이다.

책 첫페이지를 보니 알 수 없는 모양의 문양들이 질서없게 적혀 있었다.

순간 번쩍번쩍하고 책에서 초여름의 햇빛같은 빛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뭐야..




으..으악..!












"아르카...아르카...아르카..!..정신차려!"

사탕같이 달콤하고 구름처럼 포근한 목소리가 말했다.



없어지지않을것만 같던 어둠이 조금씩 희미하게 밝아져오는걸 느꼈다.



"으음...으으..."

"아르카!정신이 들어..?괜찮아..?"

"누..누구야...넌..?"

"헐~뭐라는거야~~"


엄청 발랄하고,활기찬 말투에 덩달아 나까지 아무것도 아닌양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을느꼈다.

작은 키에,눈부신 노랑머리를 양갈래로 한 여자아이였다.초롱초롱하고 사슴같은 눈망울의 아이는 날 빤히 쳐다보면서 얘기했다.


"아르카!장난칠래?...하긴..한두번도 아니니깐....아참.!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다!어서가자..늦으면혼나~"

"잠깐만..난 진짜 여기가어딘지모르겠단말야.."




제일먼저 여자애를 보고,주위를 보자마자 말을 뱉었다.

"숲속인것같긴한데,하늘색도 보랏빛같으면서..핑크색과 하늘색이 적당히 섞여있는느낌이고..별은 뭐가이렇게 큰거야!!"

나무도 내가 아는..아니 지구상에 존재하지않는 이상한 나무들로 가득했다.

"아..오늘따라 왜이래..진짜~자꾸 그러면 나한티 맞는다!"

"잠깐만!난 정말 무슨상황인지 모르겠어!.."

"너 같은말 두번하게할래?여자라고 무시하는거야?!!!"

"아..알았어!알았다구!"

"그래..~가자~~"






"그치만..난 아르카가 누군지 모른다구.."





크게 한숨을 쉬면 쉴수록,점점 알 수 없는 것들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공기부터 다른느낌?

어쩌면 4시쯤 아무도 다니지않는 거리와같은 조용함이라고 표현해도될 것 같다.





"아르카~~빨리 와~!"

"어...알았어..."






잘 모르겠지만...그 여자아이와의 첫 만남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무지개같은 느낌이였다.

무지개야 뭐...빨강을 시작으로 보라색으로 끝난다라는걸 이미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알 수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옛 조상들이 봤을 무지개의 첫인상은 지금의 나와같을지도모르겠다.






노랑색으로 양갈래를 한 머리가 귀여웠지만..

눈 앞에 빼어난 미모를 가진 미녀가 있다 하더라도,꿈일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깐...그러니깐....







"아!르카!!!!!!!"


큰일났다.정말 화난 얼굴인데...좀 ..귀..귀엽..





"라 디엘 뉴알..!"




어..어어어어..!



여자애가 양손을 펴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더니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것처럼..아니 차라도 타는것처럼..

순식간에 화나보이는 얼굴을 하는 이상한 여자아이곁으로 와버렸다.







큰....일....났다...


"미..미아..ㄴ.."






"아..아르카..?왜그래...괜찮아..?아르카..아르카...!"





"아르카...!!"






사람이 눈을 감으면 검은색바탕이 펼쳐진다.

온갖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듯이,그 여자아이와의 추억도 스쳐지나갈 것이다.

지금 여기는 어딘지모르겠지만..아까처럼 처음보는풍경에 만화에라도 나오는것같은 이상한 마법따위 안봐도되는곳이라면

여기가 어디인지 상관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달콤한 꿈을 꾼적 있을거야.

나도 엄청 달콤한꿈을 많이꿨는데..아침에 잠에서 깰 때 마다 후회를 하곤해.

좀 더 꿈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느끼고싶은데..

다시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싶어서 잠을들려고 노력해서 다시 잠이 들어도 한번 끊어진 그 아름다움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않더라구.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 아름다움을 빼앗기는 것일지도모르지.

난 절대 빼앗기고싶지않았지만..누군가 빼앗은게 분명할지도몰라.

그리고 빼앗긴 아름다움은 몇시간도 지나지않아 그 내용을 잃어버리는게 대부분이지.




난 또 누군가에게 방금느낀 추억들을 빼앗기는것일지도몰라.

비록 아름다운진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도 왠지 빼앗기기싫은 꿈이였어.

여긴 아마도 꿈과 현실의 중간쯤 되는 공간일것같은데...내말이 틀렸으려나..?









아까까진 바닷속에 내던져진 기분이였는데..

점점 더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어둠속인데말야.





"김은우..김은우..!"



"네..네..네..!"


"아까 자신만만해하던것같던데..나와서 이 문제한번 풀어봐"



다혈질 담임선생님이 희미하게 눈앞에보였다.

아무래도 누가 화산같은 선생님을 결국 폭발로 이어지게한것같다.

주변에서 뿜어져나오는 용암을 표현하는 특유의 글씨체가 아른아른 보이기시작했다.





근데 여긴 지금 학교아닌가..?뭐야이건..?분명 잠에서 깨야하는데..?

그럼...헌 책을 도서관에서 가져온것도..집으로 들어와 씻었던 기억들도..책을 펼쳤던 기억들도 모두...꿈이라는거야..?




"김은우!복도에서 무릎꿇고 있어!"


하곤,문을 쾅 닫으시는 선생님이였다.





아마 기네스북이 있다면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스토리있는 꿈으로.





어이없어서 아무도없는 복도에서 낄낄 웃다가,선생님의 마그마가 복도까지 번져버렸다.






"김은우!!!!!!"






꼬여도 너무 단단히 꼬인것같은 악순환의 고리속에서 빠져나오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