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연상과의 썸. -5편

그녀를 만나러 갈때면 나는 마치 구름을 걷어다 옷을 해 입은 것처럼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우리가 처음만난 날 이후 나는 단 한번도 그녀를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감히 맹세할 수 있다.

음, 그녀는 결혼 적령기에 든 여자였다.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좀 붙이자면, 한 남자의 아내가, 혹은 아이의 엄마가 될 충분한 인품과 가치관을 지닌 여인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보다는 가슴뛰는 연애를 더 하고싶다고 말했다. 10년 쯤 전에 해보았던, 설레는 가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궁색한 변명으로 가득찬） 노력으로는 그녀의 그 조그만 판타지를 지켜주지 못했고, 슬프지만 당연하게도 그 것이 우리의 헤어짐의 이유였다.

그러나 그녀가 내게 많은 것을 바랐냐면, 그것은 또 사실이 아니다. 사실 그녀가 내게 바란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그저 주말 중 하루를 온전히 함께 있어달라는,

이미 끝나버린 연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치스러움을 무릅써가며 변명을 하자면, 나는 그저 너무 바빴다.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하는 내가 그저, 너무 바빴을 뿐이다.

그녀는 아쉬워했고, 나는 늘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녀로 하여금 억지로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는 않았다.

우린 서로에게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무척이나 아쉬워하던 그 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신이 나를 사랑해줘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고, 당신이 혹여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당신으로 하여금 나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해서는 안되는 거란 말은 했었다.

그것은 사랑의 이유라기엔 너무 보잘 것 없고 궁핍한 이유라고, 어린아이의 투정과 다를 바가 없는 거라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었다.

그렇다면 실은 내가 그녀를 붙잡고싶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당연한 궁금증을 가질 수 있을테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녀는 내게 과분할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었고,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는 그녀를 순간순간 사랑하고 있었음이 분명한데다, 그녀의 눈빛 또한 내게 긍정적인 떨림을 분명하게 전해주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녀가 내게 아쉬움을 말하는 그 부분은 앞으로도 최소 수 년 동안은 내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고 또, 내가 오랜시간 사랑했던 연인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기에 나는 그저 도망쳤던 것이다.

생긴지 얼마 되지않은 나의 트라우마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