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다.
군대에서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은 하늘 높은줄 모르던 자신감은 4개월간의 백수였던 여파로 싸그리 말라 비틀어질 때 즈음이다.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직장을 구했다. 고졸도 할 수 있는 쉬운 직장중 하나는 '판매'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맨탈 하나로 올라가는 맨땅에 해딩하는 직업이다.

전문지식도 뭣도 없다. 그냥 새워놓고 고객님이 나보다 몰라도 판매를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존의 땅에서 나는 버려졌다.

손님 옆에서 몰라서 같이 구경할 때도 있고
손님이랑 같이 인터넷을 찾아서 이야기 한 적도 정말 많다.
아쉽게 인터넷이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것은 막을 수 없어서 수다만 떨다가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들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웃긴건 이렇게 손님이랑 대화하고 이야기하면 지식이 쌓인다.
가끔씩 전문가보다 전문가 같은 손님이 찾아오면 오히려 나를 가르쳐준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손님도 '죄송합니다. 잘 모르니 잠깐만 기달려주세요' 하고 인터넷 검색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 없었나 보다.

그때 유행을 탔던 것이 '로봇 청소기' 였다. 주부들의 필수 아이탬으로 수많은 기업과 중소업체에서 만들어서 판매를 했는데
문제점은 하나같이 쓰레기 같은 가성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보이는건 들이박아야 하는 매드맥스적인 소울을 담고 있다. 그 덕에 수 많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스트레를 받았다.
둘째는 절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함으로 신발장에 돌진한다. 물론 돌아오진 않는다.

저런걸 40만원 넘게 받아먹고 신기하게도 팔리는건 엄청나게 판매되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한 지식이 쌓여갈 즈음에 느낀건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이다.

유모차를 이끌고 젊은 여자가 로봇 청소기를 보고 있었다.
이야기 하지 않으면 발할라에 떨어질 만큼 심심함으로 나는 이야기를 할려고 다가섰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너무 비싸다." 말했다.
그도 당연하다. 여기보다 비싼곳은 찾기가 힘들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디에서 보고왔냐고 물어봤다.

"중고나라요!"

하고 그녀는 유모차를 끌고 슬근 슬근 사라졌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지만 같이 있는 아이가 듣기엔 해로움으로 바로 사라져 줘서 정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