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나는 학교 앞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눈을뜨고 일어나면 따끈한 토스트에, 원룸 테라스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면서
고급스런 아침을 보내며...는 개뿔 매일 술에 쩔어 살았다.
토스트기는 녹이 슬어가고 있었고, 티테이블을 가져다 놓은
테라스에는 각종 술병들만 쌓여가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술병을 팔아 다시 술을 마시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내 자취방은 내 주변인들의 아지트처럼 되어 있었다.
나를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 방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키를 가지고 있었다.
주인 없는 자취방에서 그놈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댔으며, 잠을 자댔다.
술을 마시고 싶을땐 내 방으로 왔고, 술 먹고 오갈데 없거나 잘 곳이 필요하면 내 방으로 왔다.
어느 한 날에,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두명의 친구가 술을 사들고 찾아왔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의 각종 무용담을 얘기하면서 술을 퍼마셨다.
그때 한명이 갑자기,
"나는 소주 한 병을 원샷할 수 있는 남자야"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낄낄대면서 비웃었고, 그녀석은 흥분한 나머지 내기를 걸었다.
나는 그놈이 결코 소주 한병을 원샷 할 수 없을 거란걸 알았고, 성공하면 옷을 사주기로 했다.
그 놈은 끝내 반 병을 채 마시지 못하고 기절했다.
그렇게 술자리가 파하고, 좁은 방 한칸에서 세명이 새우잠을 자고 있는데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슬며시 눈을 떴는데 소주 반 병을 원샷해 술에 취할대로 취한 친구가
"나는 오줌을 싸야해... 싸야만 해" 라고 중얼거리며 화장실이
아닌 베란다 문을 열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저 미친 놈... 라고 생각하며 저지하려는 찰나에 친구는 발사를 시작했다.
결국은 열지 못한 베란다 문에다 대고 발사를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베란다 문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자신의 바지 지퍼도 내리지 않았다.
따뜻하고 축축하며 암모니아 향기가 나는 액체가 그놈의 바지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나머지 두 명은 뒷처리를 해야 할 생각때문에 두려움에 벌벌떨었다.
우리는 방바닥을 수천번은 닦아야 했으며, 오줌에 찌든 친구를 씻겨줘야했고, 새 옷을 입혀줘야 했다.
결국 그 친구는 우리에게서 새 옷을 받아갔다.
내기에서는 졌지만, 내기 상품은 챙겨갔다.
친구야, 갑자기 오래 전 추억이 생각나네...
하늘은 지낼만 하냐...?
갑자기 니가 보고 싶다.
나중에 다시만나면, 둘이서 함께 소주 한병을 원샷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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