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 모습은 마치 천사가 내려온 것 같았다
그 날갯짓에, 빛나는 모습에
너무나도 특별해서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단 한 번이라도 닿고 싶었다

나도 너처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그냥 네 곁에 있어도
너에게 지워지지 않을 만큼만 빛나는

그런데도 나는 너무 찌질해서,
방 안에 틀어박혀 꿈만 꿀뿐이고
네 특별함을 볼 때마다
네 평범한 모습을 볼 때마다
네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편히 이야기할 때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에도

점점 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되는 거 같아서
내게서 계속 달아나는 거 같았다

나는 너무 찌질해서, 네게 다가가도 아무 말도 못 하고
너무 소박해서, 너와 나눈 말 한마디에 웃고
너무 순수해서, 내가 못 먹는 음식을 네가 알아줌에 신이 나도
나는 너무, 심각하게, 그리고 역겹게 찌질해서

나는 특별할 수 없다고, 네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특별해지고 싶은데, 너처럼 빛나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없는 이상한 놈이라고 그런 자식이라고

그럴수록 너는 점점 멀어져만 가
점점 더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고도 아무것도 안 해
다 내가 못난 거니까

나는 역겹고 너는 너무 아름다웠어
네 곁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어




▪︎라디오 헤드의 creep을 듣고 떠오른 생각들로 만들었습니다. 띵곡이니 들어주세요 ㅎㅁ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