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4 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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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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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장작 속에
씨 불을 넣으며
큰 스님 불 들러갑니다
불 들어갑니다
외친다
생전에
큰 스님은
세상사
헛되고, 헛되어
다 부질없다
하여도
수행자라면
여기 온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용맹정진하며
찾는 것이
본 도리이니
헛되고, 헛되지
않도록
맑게 밝게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며
수양하고
다비 끝 난후
사리를 수습하지 말고
남는 거 있거든
잘 빻아
볕 잘 드는
조그만
나무곁에
거름 주듯 뿌리라
마지막
말을
남기고
열반의 길로 떠났다
쯧쯧쯔
그토록
헛된 일 하지 말라 하였거늘
무심한
제자들은
연기 피어오르는
재 속을
조심스레 뒤져가며
조그만 사리라도
더 찾으려
분주하기만 하더라
다비
참관하던
일반 보살들은
저들끼리
들릴 듯 말 듯
큰 스님이니
사리가
얼마나 나올까
소곤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빛만 반짝
반짝하더라
죽어
뼛가루 어두운
사각 통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일
죽으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
살아생전
기쁭이 찾아오면
배 찢어지도록 크게 웃고
분노가
스며들어
울화가 치밀 땐
그 화를
고개 크게 젖히고
큰 숨 한 번으로
허공에 날려 보내라
슬픔이
당신의 몸을
감싸는 날이 오면
가슴속
가득 담아
두었던
사리 알알이
눈물샘으로
밀어 올려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 편에 흘려보내라
과거도 없음이요
미래도 없음이니
지금
현재 오늘을 사는
당신 가슴에
멍울이 생기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