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후에 오는 것들 [0] |
2023-09-17 16: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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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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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덩이
흙이 솜씨
좋은 도공의
손으로 빚어져
가마 안
광염에 휩싸여
제 몸을 태우는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면
저토록 고고한
도자기로 탄생할 수 없고
돌무더기 속
박혀있던 철이
용광로 안
모든 것을
태울 듯한
뜨거움을 견뎌 내지
못하면 이로운
쇠로 탄생할 수 없고
모든 것을
말려 버릴 듯한
사막 길 가운데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모래 폭풍 만나
좌절과
낭패스러움
신기루의
환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마침내 당도할
오아시스 야자수
그늘의 시원함
샘물의 달콤함을
만끽할 수 없고
나무가
제 살점들을
땅으로 돌려보내고
앙상한 몸으로
북풍한설의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면 갓 봄
뿌리에서 올라오는
맑은 수액의
용솟음 새순이
돋아나는 탄생의
기쁨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