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6 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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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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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끝물쯤
사람도
가로수도
더위와
습기를
잔뜩
머금어
흐물흐물한 날
참말로
이런 날에는
가슴이
시리도록
퍼런 바닷물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나
뭘
어찌하나
바다로 가야지
그래 가자
바다로
수원
팔달문
어디쯤에서
바다로 가는
버스가 있을까 하여
정류장에서
둘러보니
400번 버스가
궁평항이
종점이라 하네
바다는
물론
항구라니
포구라니
얼매나
가슴이 뛰었겠나
한참을 기다려
바다로
항구로
포구로
데려다 줄 버스에
올라탔네
버스는
버스답게
수원역 환승센터를
뱅그르
돌고 돌아
기적 소리 울리며
바다를
항구를
포구를
굽이굽이
향해 가네
푸른
논엔
어느새
벼 이삭이
고개가
무거워져 가고
요리조리
구석구석
버스는
버스답게
꼬불꼬불
정류장 하나를 안 빼고
바다를
항구를
포구를
향해 가네
궁평항 가는
버스는
바다를
향해 가는 버스답게
육지에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갈려 작정했는지
바다는
쉽사리 보여주지 않고
저수지도 보여주고
밭도 보여주고
과수원
포도밭
공장
아파트
다리도 건너고
팔 차선
육 차선
사 차선
이 차선
고가도로
지하차도
보여 줄 거
다 보여주며
터덜터덜
바다를
항구를
포구를
향해 가네
궁평해수욕장
다음이
궁평항이던가
마루뜰 다음이던가
아무튼
그렇다네
평일
한 낮이라
승객은
예닐곱 명
참말로
바다에
항구에
포구에
궁평항에
도착했단 말이지
가장 늦게
버스를
내리며 보니
중년 여성
두세 명
낚싯대
챙긴
중년 남성
두세 명
확 하고
소금기
해초 먹은
바다 냄새는
나지 않고
검은 아스팔트만
자글자글 끓고 있고
바다 앞
너른 마당엔
그물이 햇볕에
몸을 말리고
보이는
희미한
수평선을
그윽이
쳐다보며
사람들의
얘길 듣네
한 중년
여성
어머, 저기가
바단 가 봐
한 중년
남성
거긴 민물
화성호
이마빡이고
그럼
바다는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입술과
턱을 쭉 밀어
방향을 가리키고
휘적휘적 걸어간다
이 땡볕에
낚시 가시나 봐요
- - - - - - - - - - - -
근데
고기는
잘 잡히나요
중년 남성
입을 뗀다
괴기가
잘 물어 주면
잘 잡는 거고
잘 안 물어 주면
못 잡는 거지
서해
바다
왔다고
뻘 질문
뻘 대답
뻘 대화 속
우리는
이 땡볕에
바다를
항구를
포구를
향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