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 13: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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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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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풀 무더기 속
키 큰 강아지풀 하나
세찬 바람에
바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저무는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서 있었네
가까운
가로수에서
시작된 거미집
강아지풀
어깨에 반짝이는
거미줄 한 가닥이
휘둘러
쳐져 있고
작은 명아주풀
줄기에서
끝을 맺고 있었네
밤사이
거미는
강아지풀 어깨를
빌려 집을 짓고
막막한
도시의
밤을 연명했으리라
아침이슬과
몰아치는 바람에
거처는 없어졌어도
거미는
고마움의 징표로
한 가닥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나갔다
날 밝아
눈 뜬
강아지풀의
차디찬 삶에
따스한 등이 되어 주고
삐끗삐끗한 세상살이
버티목 되어 주고
이렇듯
세상은
누군가의
숨은 배려와
작은 호의
드러내지 않은 친절 속에
관계와 관계는
서로를 위할 때
더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거미줄
한 가닥은
그렇게 빛났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