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 14: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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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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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이별이 관여할 바가 아니었고
미련도
이별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런
사랑의
군더더기는
당사자가 해치워야 할 몫으로 남겨졌고
이별은
특별한 의미나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이별에 충실했을 뿐
남겨진
사람의
심정은,
의중이어서
알 수 없었고
훗날
군더더기에서
풍선 바람 빠지듯
피식 터져 나온 말
사는 동안
순간순간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간다면
의미는
무게가 되고
부피가 되어
삶은
절대로 유쾌하고
즐겁지 안을 것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것도
아니 것이 돼버린 지금
고양이 하품에 함께 웃고
젓가락을 바꿔 쓰고
밀린 빨래쯤이야
목 늘어난
셔츠에서 머리칼을 떼주고
부스스한 바지 구겨진 신발
향 빠진 커피 원두를 버리고
길어진 오후의
햇살 따라
느긋이 둘이 걷다가
오늘 같은
날씨에는 헤이즐넛과
단팥빵 어때
매장에 깔린
귀에 익지만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노래의
제목을 먼저 말해주려던
아무렇지 않은 기억들이
서로를
또렷이
마주보며
잠자는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성스러운 의식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