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15: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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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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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광채는 많이도
화려했습니다
싱그러웠다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광채도
떠날 기미가 역력합니다
바람은
아무 곳에서
불어오며
발길을 재촉합니다
짧은
호흡으로
채취마저
아득해져 가는
당신의
숨결을
안으로 들여
채색하는 일은
언제나 숨이 찹니다
하늘 높이
솟아올라
새들과 함께
나부끼던
나의
깃발은
헤지고
깃대만 출렁입니다
혼자서
오래도록
물들이고
물들인
가을을
내려놓고
지니고
지니다
무게에
감당 못할
생각들과
갈 곳
몰라
문밖에
서성이다
쌓이고 쌓인
말들과
바람
한 줌에도
구름같이
떠도는
수많은 상념을
싸잡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하나의
몸짓으로
하나의
빛깔로
하나의
눈빛으로
침묵의
서사를
완성하는
결빙의 나라로 떠납니다
이제
여기
남은것은
강가에
홀로선
맨몸의
나무와
당신의 겨울뿐
옷깃은
단단히 여미고
단추는 꼭
채우도록 하세요
곧
차가운
얼굴이 몰려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