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31 12: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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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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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옷 수거함 옆
키가 성큼한
명아주
빼빼 말라가며
막바지
가을 햇살에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네
그 밑
강아지풀은
진작에 머리 풀어
자식들 떠나보내고
홀가분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막막한
도시에
알알이 떨군
핏빛 명아주
열매는 갈 곳을 잃고
매정한 콘크리트 바닥을
뒹굴기만
뒹굴기만 하는데
제 고향
다정한
숲에 산에서
생을 시작했다면
다 자라
장수의 상징
청려장 지팡이로
이롭게 쓰여
칭찬이 자자했을
명아주
여린 몸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뚫고
생의
흔적을 남기려
몸부림치는 것이
눈물겹건만
한세상 살다
무엇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생의 언저리에서
기웃 기웃 거리기만 하는
나를
헌 옷 수거함에
던져 놓고 왔네
* 청려장 지팡이: 다 자란 굵고 튼실한 명아주대로 만든다
장수를 축하하는 상징으로 100세 어르신께 국가나 기관에서 증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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