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가끔은 있는 그대로 쉬고 싶어라
사랑이라던가 혹은 일이라던가
그대 생각하는 것도 창고 구석 어딘가에 넣어 놓고
정리되지 않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 몸을 맡기고 싶어라
그러면 온몸 부딪쳐야 했던 일상도
눈을 감으면 페이드 아웃되고
나는 미안하게도 잠시 그대마저 잊을 것이다
잠시만 나가겠다고 곧 돌아오겠다고
괜히 변명하는 듯 말하고는
새근새근 잠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