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2 11: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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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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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쉼보르스카의 시를 잇고
ㅡ 류시화의 시를 이어서
떠나온 고향 바다를 두툼한 시집으로 펴낸
김 타래를 좋아한다
억새 천지 새치로 돋아난 선홍빛 각시취꽃의
춤사위를 좋아한다
폐지 할머니 리어카 든든한 큰아들 같은보조 바퀴를 좋아한다
말간 둠벙 소금쟁이를 사알짝 놀라 킨 이슬의
작은 파문을 좋아한다
실크로드 옛 왕조의 흩어져가는 성벽처럼
모래 위 반쪽 남은 하트를 좋아한다
에두르지 않고 휘청이지 않는 별똥별의 확신을 좋아한다
꽁무니에 줄을 달고 하늘을 가르는 거미의 초저녁 비행을 좋아한다
설핀 뜬 낮달과 함께 온 샛별의 한 뼘을 좋아한다
우리 사랑도 한 번은 저리 눈부시리라는 갈겨니의
비상을 좋아한다
뱃사람에게 길을 잃지 말라며 하루 두 번씩 지도를 펴 보이는
갯골을 좋아한다
깍지 꼭 껴도 아프지 않은 풀꽃반지를 좋아한다
허공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잠자리도 쉬어가는
하얀 빨랫줄을 좋아한다
울퉁불퉁 자갈밭 삶도 살아갈 만한 것이라는 흰목물떼새의
힘찬 웅변을 좋아한다
시인이 휘갈겨 놓은 글에 나름대로 첨삭 교정을 본
물새 발자국을 좋아한다
공사 중이니 조심조심 비켜가라는 개미굴 앞 모래톱을 좋아한다
오늘은 조연, 배경이 아닌 한 아름의 안개 꽃다발을 좋아한다
숨 막히고 움츠린 생애에도 반드시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다고 말해준
빈 고치 집을 좋아한다
아스라이 가물가물한 고향 별자리를 손톱으로 새겨 넣을 수 있는
부드러운 사암을 좋아한다
완고한 대지에게 살짝만 비켜 앉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무례하지 않은 호미를 좋아한다
단골식당 이모 모자란 밥 한 덩이 슬며시 내어놓듯 어느새 피고 진
하얀 벼꽃을 좋아한다
어는 시인이 울고 간 자리에서는 고사리화석 냄새가 났다는
갈매기의 목격담을 좋아한다
항해를 준비하지 않은 자, 하늘로 훌쩍 날아오르라는
바닷가 깎아지른 벼랑을 좋아한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시인:폴란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1996년）
"선택의 가능성"이란 시에 이어서
*류시화 시인이 독자가 계속 이어서 써야 하는 시를 쓰셔서
저도 좋아하는 것을 적어 보았으니, 웃대 문학을 사랑 하시는 여러분도
댓글로 이어서 써 보면 어떨까 하여 글 남깁니다.
꼭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 아니어도
"슈크림 보다 멍 자국이 선명한 단팥 붕어빵을 좋아한다"
뭐 이런 식으로 이어서 써 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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