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7 10: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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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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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그림 작업을 본 적이 있다
캔버스 천에 붓을 들고
무수히 점만 찍어가며
완성한다 했다
여기서
무수히는 맞는 말이다
그가 점을 찍으며 수를 헤아리지는 않기에
점묘법
모든 선은
어떤 점의 집합체라니
당신과 나
수많은 점과 점 사이에서
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는
붓을 든
당사자만이 할 수 있다면
어디서부터 콕 시작해야 하는지
아득하다는 것은
아득해서
어쩌면
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럼 시작해봅시다
물감은
쉬 지울 수 없는
기름먹은 유화로
각자가
서있는 곳이
시작점이 되고
한 발을 떼면
한 점을 찍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두 발걸음이
드디어 만나
네 발이 아닌
두 발이 되면 완성되는 것으로 합시다
두발이라
생각만 해도 그림이잖아요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면을 공간으로
공간을 뛰어넘어
차원이 다른 추상화는 차차 그려갑시다
저 멀리
점은 안 보이고
붓의 꼭대기가 보입니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을 알 수 있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수히는
숫자와의 관계이지
속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이
천천히 오더라도
내가 빨리 가면 될 일
지치셨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계세요
그자리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우리
모두는 점 하나
빅뱅에서 시작했다 하니
점묘법은 꽤 나 절묘한 화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