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매번 했었지만 쓸 이유보다 쓰지 않을 이유를 찾기 바빴다.
그렇기에 이 결심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혼자 조용히 일기를 써볼까 싶다가도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를 바라는 욕심은 항상 있었다.
혼자서 일기를 쓰다 보면 항상 같은 생각, 같은 우울감에서 맴돌기 바빴고, 일상은 늘 같았다.

일, 육아, 주말, 술.. 그저 평범하게 평범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중년의 하루였다.

그런 내게 다시 작은 결심과 용기를 준 것은 시집 한권과 사람 한명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다니는 직장의 장애인 분이시고 그 책은 그 분이 직접 쓴 시집이었다. 직접 썼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 분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후천적으로 눈의 질병으로 인해 점차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안내 없이는 무엇도 하기 어려운 분이다.
항상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하기 위해 일상을 지내면서 가족, 지인, 직원, 사회복무요원 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메모를 부탁하였다.

점차 쌓여가던 소중한 시들은 '하늘이 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제목을 살펴보며 앞장을 펴니 서툴게 적힌 내 이름과 본인의 싸인이있다.
어떻게 싸인을 해주셨냐 여쭤보니 멋쩍게 웃으시며 앞만 짚어주면 쓸 수 있다고 하셨다.
삐뚤빼뚤 한 페이지를 넘어간 싸인은 어느 유명인 보다 감동을 주는 싸인이었다.

시집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소중하게 탄생한 시집이라고 하셨다.
조용히 책을 펴고 하늘을 바라본다.
나에게는 너무도 쉽고 당장 할 수 있는 이 일이 이분에게는 깊은 소망이 되어있었다.
나였으면 세상의 빛을 잃었을 때 당연히 좌절하고 말 것을
이분은 조금 더 깊고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이 짧은 순간이 내 안의 많은 감정을 두드린다.
'아직 서툴러서..','실력이 모자라서','지금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서..'라는
이유를 떠올리며 시작한 많은 일들을 멈춰버린 나를 반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안 쓸 이유보다 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아마도 이 글들이 쌓이다보면 나의 기록이 되고 세상 누군가에게 동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써본다.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아직도 앞서기 때문에 조용히 비밀 일기장으로
머리 위로 뱅뱅 맴도는 생각들을 주저리 써보려고 한다.
나의 서툴게 쓰여가는 수많은 감정들이 누군가에겐 공감이 되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연재처 : https://nalcee.com/book/19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