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이도 승진처럼 시험을 봐야 먹을 수 있는 그러한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정말 준비된 사람만이 나이를 먹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설날때 먹는 떡국 한 그릇은
나이를 먹은 이에게 축하를
나이를 먹지 못한 이에게는 위로를
그런 의미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

하지만 걱정도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나이를 먹지 못하는 것이 죄가 될까?
적어도 저런 사회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먹지 못한 사람에게 위로와 앞에서 달려나가는 모습을
나이를 먹지 못한 사람은 먹은 사람들을 보며 축하와 희망을 쥐고 따라 달려가는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마음은 아직 철부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마음은 아직 여기 멈춰 있는데
내 몸과 나이는 시계를 따라 쉼 없이 달려간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듯
정신과 나이는 따로 달린다.

사회는 내면의 나를 보지 않고
내 외면에 붙은 숫자를 보고서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을 원한다.
거기에 딸려오는 기대감과 책임감은
종종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쉼 없이 변해가는 세상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 늘어간다는 것은
가끔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막중하다.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아이는 그렇게 세상이 무서워진다.
이렇게 나이가 들다보면 사회에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살다보니 나이에 맞는 어른이 되기는 참 어렵다.
그러니 투정을 부린다.

떡국 한 그릇에 먹는 나이 한살이
이렇게 무겁다는 것을
어릴적 그때의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


연재처 : https://nalcee.com/book/19957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