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을 하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존재하다가,
문득 투명한 빚장이 촤르륵 내려오면서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떄가 있다.
' 난 여기서 뭐하는거지...?'
습관적인 번아웃인가 중얼거리다보면 문득
표백되었던 색들이 돌아오고, 멀어진 것 같던 소리들이
다시금 현실을 메우곤 한다.
그리고 눈썹을 한번 긁적거린다.
'요즘 좀 피곤했던가....'
그리곤 또 가만히 일상이 아닌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세월, 이불을 걷어차고 싶었던 참혹한 흑역사부터
어쩌면 다시는 안올지도 모르는 가슴 벅찬 순간
즐거웠던, 행복했던, 그런 일들이
차창 풍경마냥 빠르게 지나가는 그림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는 깨닫는 것이다
'왜 미래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을까'
내게 미래는 암흑이 지키고 있는 도살장에 가깝다.
새까만 어둠
자아가 사라지고, 내가 없어지는 어둠
죽음
어릴 적 미쳐 상상치 못했던 죽음의 공포가
미래를 생각하면 언제나 어둠처럼
상상을 잠식하곤 한다.
내가 사라지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면,
내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조차 못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울먹거리며 화를 내는 꼴이다
솔직히 와닿지는 않는 말들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그러기에 현실은 인생은 소중한 법이다.'
'한 번 뿐인 인생, 기쁜일만 겪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다'
흘겨 들었던 많은 지론들과 인생예찬론들이
어찌 이럴때면 귀신같이 머릿속을 메우는지
어쩌면 이것도 생존 본능이 아닐까?
어둠에 스러지러는 나약한 내 자신을 잠시 붙잡고는
어떻게든 말풍선으로 어둠을 가려보려는
내 안의 긍정이 오늘도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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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꽂힌풍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