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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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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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를 뚫고
산허리 잘린 골프장에서
헐렁한 엉덩이 방석
손에 쥔 호미를 벗 삼아
곱디고운 잔디를 심소
몇 년째 못 찾아간
하늘로 간 서방님 묘에는
풀만 가득가득 하겄소
비석도 세우지 못한 마음은
애끓고 애끓어 넘치오
뭣이 바쁘다고
그렇게 훌쩍 가버렸는지
원망도 서운함도
이제는 세월 따라
훌쩍 가버렸소
할멈들 일당보다
비싼 양잔디이니
조심조심 심으라는
젊은 반장의 잔소리가
오늘따라 심심찮소
장터에서 멀찍이 서서
서방님을 한번 보고
목화솜 이불 한 채
작은 솥단지 하나
들고 시집을 갔었소
깊은 산골 첩첩산중
오막살이 손 뙈기밭
오순도순 꿈 같은
신혼이었소
초야 때
생각하믄 아직도 부끄럽소
잘왔니라고
오니라
고생혔다고
듬직한 목소리
굵은 팔목
거친 손이지만
다정히 손잡아 주던
따듯했던 서방님
남에 산 구석 얻어서
세운 서방님 묘
살아서도 죽어서도
갖지 못한 땅뙈기
서방님
하늘나라도 그렇든가요
지금 심는 비싼
양잔디 곱기는 곱소
곧 겨울 오면 둘러싼
풀도 사그라질 텐데
덜렁 혼자서 떨고 있을
서방님 묘만 생각하면
뼈마디가 다 시리오
이 양잔디
지게에 산 만큼 담아서
막걸리 한 병 들고
해도 잘 들지 않는
서방님 묘에다
바람 한 줄기 들지 않게
곱게 곱게 덮어주고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오믄
소원 없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