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 우체국에 가면 [0] |
2024-11-08 05: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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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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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을 뱅그르 휘돌아
팔달산 밑 소담한 화서 우체국에 가면
문 옆 빨간 우체통이 손을 흔들며
넉넉한 은행나무 세 그루가 반겨주고요
주차장 뜰에는 감나무가 주황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요
옆 건물엔 반려동물 센터가 있어 동물도 뛰어놀고
길 건너 화한 민트차 파는 조그맣고 예쁜 카페가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따사로운 햇살 내리면 모두
그 빛을 받아 제 색을 물씬 풍기는 곳
겨울
내리는 눈을 산은 말없이 다 받아주며 순백의 고요 속에
아스라한 추억을 속삭이고
봄
팔달산 줄기 따라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여름
짙은 녹음 산 그늘 만들어 한 소금 땀을 식히어
잊었던 산 내음 흙냄새 코끝을 스치는
가을
무작정 편지에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당신께
그간 사연을 펼쳐 적으며 이제는 헤어짐의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딱풀 곱게 바르고 꾹꾹 눌러 봉인하여
행여 빠질세라 고개 숙여 빨간 우체통에 소중히 넣고 싶은
파란 하늘
솜털 구름 사이로 비행운이 길게 길게 나 있어
전하지 못한 마음이 먼저 날아 당신에게 가 닿는 곳
화서 우체국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