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랜만에 글줄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송구스러우면서도 부끄럽습니다.
저기 먼 타지에서 전학왔던 까맣게 탄 아이를 기억하시는지요?
자기 소개로 이름 세글자 말하는 것도 쑥쓰러워하던 수줍은 촌놈을 기억하시는지요?
사실 다 알고 계셨겠지만, 저는 참 선생님께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습니다.
제 환경이 불행하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조금 더 애정을 갈구했었습니다.
네 이것은 편애를 갈구하는 어린 마음이었지요
물론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을 겁니다.
좋지 않은 이유로 부친께서는 눈치보는 주변인이 되어 버리셨고,
생때같은 남자아이 둘을 건사하기 위해서 어머니는 도리어 집에 잘 안계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떼를 쓰고 졸라대었을 겁니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선생님 당신께서는 저에게 일언반구도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으셨고,
낯빛으로도 결코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평볌한 가정의 아이와 동일하게 대하셨죠
저는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가 거짓말을 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시며 회초리를 드셨던 그 모습을
너는 지금 너를 위해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더럽힌 못된 자식이라며 거칠게, 혹독하게 저를 혼내셨습니다
저는 그때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파서가 아니라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선생님 당신께서 모든걸 아시는데도, 저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오히려 모든걸 알고 계셨음에도
그래서 제가 가끔 특별하게 대우를 받고 싶어하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어리게 내비쳐도
결코 받아주시지 않으셨던 이유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어질때, 자신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질 때를 생각하신 것이라는걸
세상은 결코 그런 이유를 내비친다고해서, 친절하고 살갑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시려 그랬던 것이라는 것은
서른이 넘은 다음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럴 수록 더욱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사람들은 약점을 잡은 상대를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 다는걸
자라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롤에서 만난 저능아 녀석도
제가 한 사소한 실수에 주저없이 육두문자를 건네고
부모님 안부를 서슴없이 묻는 것이겠지요
선생님
세상은 참 이상합니다.
저는 그때 거짓말로 인해 어머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세상에 다시 없을 불효자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단순히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머니가 매순간 살해당하십니다
선생님
당신께서는 혹시 이런 것까지 염두해 두셨던 것입니까?
선생님
저는 이 혐오로 가득한 세상이 너무 무섭습니다.
부디 선생님의 자녀만은 이 혐오 섞인 세상에서
평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혹시 자재분의 바탕화면에 L이 그려진 아이콘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미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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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꽂힌풍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