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06: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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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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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좁은
화단의
포도나무는 애써 자라지 않았고
몸통을 굵게 하는 것으로 나이를 말해 주었어요
위로
아래로
사방팔방
뻗을 가지는
옆으로
옆으로만 늘려가고 있었어요
담장이 넝쿨처럼
웃자라서
공간을 휘저으면 싹둑 잘려 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그 포도나무는
송송이 콩알만 한 포도알을 올망졸망
맺어가는 것이에요
곁에 분꽃
강아지풀 명아주는
제 열매 제 색으로
까망 붉디붉은 갈색으로 한시름 놓는데
늦가을
다 되도록
긴 햇볕에도
청포도도 아닌 것이 명료한 푸른색으로
짙은 보랏빛은 아예 잊은 듯이
자식들에게
다시는
이 험한 꼴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푸르게 푸르게
나무는
두 눈
질끈 감고
온몸을
배배 꼬며
살이 갈라 터지도록
한 계절을 그렇게 넘기며 서 있었어요
추신: 푸른 포도알은 새들도 벌레도 먹지 않았어요
서러움의 열매는 시어도 너무 시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