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에서

시인의 마을에 갔었네

바다가 고향인 시인들의

잔치가 열렸네

입을 틀어막지 않으면

대양을 쏜살같이 누볐다는 얘기를

밤새고 할

북어 파

고향에서

고생만큼은

할 만큼 했다고

육지에 이깟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며

아직도 허리를 못 펴는

새우 파

힘은 없었어도

단결력과 쪽수로는

우리를 따라 올 수 없다고

여전히 떼로 떠드는

멸치 파

돌고래 산모는 물론

사람들 산모도 먹인다며

자부심에 부푼

미역 파

흐물흐물

존재감 없더니

검은 정장 말쑥이 차려입고

은근히 말 많은

김 파

육지에서

껍데기까지

홀딱 사기당하고

맨몸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조갯살 파

바다에서

별 볼 일 없더니

육지에서 팔자 늘어져

금 태 두르고 건들건들

눈꼴 사나운

굴비 파

먹물 하면 우리지,

어디 의의 있으면 말들 해봐

큰소리에 누구 하나 토를 달지 않는

오징어 파

권커니 잣거니

지난 모임 결론을

못 냈던 이야기로

슬슬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겨울에만

살짝 오가는

꾸덕꾸덕 과메기를

주민으로 인정하네, 마네

침 튀는 설전이 오가고

여기 마을

주민이 되려면

물기가 완전히 탈수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느니 못한다느니

또 옥신각신

그럼 북어 파는

코다리도 받아야 한다고

덩달아 오징어 파는

피데기도 받아야 한다고

겨울에 딸려 오는

양미리는 어떡하냐는 누군가의 말에

안주 발 가득한

시인의 마을에 밤은 깊어 가는데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구석에서

고개만 숙이고 있는 댁은 뉘슈

저요

망신살 뻗칠까 말씀을 드리기가.......

꼴뚜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