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부터 네 시가 되도록
뜬 눈으로 컴컴히 아무것도 보지 않던 것엔
그저 어쩌다 보니 밤이 더웠기 때문이고
그저 어쩌다 보니 눈이 뜨였기 때문이고
그저 어쩌다 보니 네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너는 들꽃 보다도
아지랑이 보다도 옅게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나는 그런 안개같은 너에게
고작 사탕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내 속도, 네 속도
뭉게연기 속에서
어스름히 침전할 것을
나는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결의 무의미한 대화 속에
나는 무언가 억누른 듯이
엎드려 누운 너를 뒤로하고
조용히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사실 아무런 말 하지 않았고
너도 사실 아무런 말 하지 않았겠지만

지난 밤 꿈자리에 나누었던 대화들은
모두 밤 사이 배갯잇에 묻어두고
오늘은 그 모든 무의미의 후회로
잠 안오는 밤 너를 재우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