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지에서 울려 퍼지는 끊임없는 진동이 멈췄다.
나, 화창한 날의 일꾼으로서 먹을 것을 나르는 도중이었다.
전설적인 진동의 파도가 멈춰서서 더이상 울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굴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 와중이라 개미굴은 그 사실로 분주해졌다.
이 땅은 네모난 사각 범위 내에서 좋지 않은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인접한 검은 대지를 건너야만 했다.
'저 쪽 땅은 미묘하게 좋은 냄새가 나....'

쉴 새 없이 부는 바람이 멈췄고, 이제 자연의 산들바람에 더듬이가 미풍을 받아 흔들렸다.
'바람에 날려가는 것도 재밌는 일이야.'
하지만, 진동과 함께 날아드는 돌풍은 무섭기 짝이 없었다.
이따금 그 강력한 진동이 멈춰 설 때면, 그 근처에 있는 일개미들이 방향을 잃고 해메다가 죽기도 했다.
개미 굴은 그 정보로 시끌벅적했다.
[그런 정보는 믿을 수 없어.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느꼈던 진동은 절대적인 것이었어.]
[그래. 맞아. 사라질리가 없어. 근처에 있다가 죽을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런데 지금 멈췄거든? 저 너머에 좋은 땅이 있어.]
[이미 넘어간 정찰대가 사실을 전달해 줄거야.]
나는 이 것이 더이상 새로운 정보가 아니었으며, 정찰대가 이미 출발했다는 소식에 약간 벙쪄 있었다.

나는 다시 일하러 갔다. 방향은 검은 대지.
다리를 열심히 놀려 그 죽음의 땅으로 향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발걸음이 더디게 느껴졌다.
주위에 나를 따라 출발한 일개미들과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개미들도 보였다.
'역시... 이 땅에서는 먹을 게 별로 없었던 거야.'
다 같은 생각으로 검은 대지를 향하던 와중에 나는 경로를 꺾어서 돌풍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문양을 향해 다가섰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문명이었다.
먼 고대 시절부터 멈춰서 있던 신화적인 부유체이자, 4개의 접촉면이 대지에 닿아있을 뿐인 골렘이었다.
오래된 고무 냄새와 철, 기름 냄새가 접근 할 수록 풍미있게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고무 접촉면 앞에 멈춰 서서 더듬이를 이리저리 꼬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게.... 그토록 빠른 속도로 이 검은 대지를 질주하며 진동을 흩뿌려 댄단 말이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걸. 이렇게 큰데 말이지.'
나는 그 거체가 만들어내는 그늘 아래로 들어가 복잡하게 이어진 금속 냄새가 나는 문양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먹을 것도 없고, 그저 빠르고 강력하기만 한 불가사의한 존재야. 왜 이런 게 세상에 존재하는지 모르겠어.'
알쏭달쏭한 내면의 질문을 거머쥐고, 나는 다른 일개미를 따라서 검은 대지의 건너편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밟아 보는 위험한 땅의 냄새를 맡으면서 이 너머에 있을 거대한 낙원을 상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쩐지 이 땅 위를 걷는 건, 발걸음이 가벼운 느낌이야. 이렇게 단단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