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쯤 찾아왔다.

처음 왔을 때처럼 언제나 조용히 들어왔고,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다.

같은 자세로 노트북을 꺼내고,

몇 번 자판을 두드리다가

긴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어떤 날은 노트북을 켜지도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다가 돌아갔고,

어떤 날은 작은 메모지에 무언가를 끄적이다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마치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스스로 지우고 있는 것처럼.

그가 있을 땐,

이 공간이 조금 덜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건 단순히 자리에 누가 앉아 있어서가 아니라,

말없이 오래 머무는 그의 시간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내 착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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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

캔음료가 떨어지면

내가 새로 채워둘 타이밍을

그가 어렴풋이 알아채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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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책장을 정리하던 내게

그가 불쑥 말을 걸었다.

“오늘은… 사람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천천히 덮고

그를 바라보았다.

“항상 없어요.”

그는 캔커피를 흔들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글쓰기 공방인데…

다들 글은 조용히 쓰고 싶어 하잖아요.

그 조용함이 너무 깊으면,

오히려 불편해지나 봐요.”

그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공간에 대한 말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에 대한 말처럼도 들렸다.

내 안에 너무 깊게 깔려 있는 정적,

그것이 누군가를 밀어내는 기운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날부턴가…

이 조용함이

내가 만든 감옥 같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그 감옥을 스스로 지어올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믿었던 그 벽들이

사실은 고립의 이름이었고,

그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나는 오히려 자유롭다고 착각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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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는 노트북을 일찍 닫았다.

자리를 정리한 뒤 출입문 앞에 섰고,

문을 열기 직전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저… 여기

무슨 이름 있어요?”

“공방 이름이요?”

“네. 그냥 궁금해서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별다른 이름은 없어요.

그냥 이 주소, 구정리 111-1이라고

혼자서만 그렇게 부르고 있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럼, 그냥 그렇게 부를게요.

나중에 블로그에 후기도 남겨도 되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짧은 인사와 함께 문을 열고 나갔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걸음으로.

문이 닫히고 난 뒤에도

나는 한참을 그가 앉아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던 온기가

느리게, 그러나 또렷이 남아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는 이 공간의 분위기를

조금씩,

분명히

바꾸어놓고 있었다.

‘조용한 공방’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그저 외로운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