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그걸 알고 계시오?
세상에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소.
떨어지는 것이 다시 위로 올라 간다던가, 쏟아진 물 따위의 것이 그것이오.

나는 가끔 거울을 바라보면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을 마주하곤 하오.
위대한 이들은 모두 신념에 자신을 불살라 마지 않는데, 나는 두려워 벌벌 떠는 모습이 꽤나 우스워 보이오.

열역학 제 2법칙을 들어본적 있소?
세상은 질서에서 무질서로만 갈 뿐이고, 가령 시간의 경과는 무질서의 증가를 의미하오.
그것은 필연적이며, 우주의 진리라고 불리오.
그것은 의도성이 없으며, 스스로 방향을 가지지도 않소.

그것은 그러나 무가치함을 의미하지는 않소.
선생이 쏜 것은 의지였으며, 바램이었소.
그것은 처음에는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분명히 일어나는 것이었소.
그것은 새로운 창조였으며,
그러나 이전의 파괴이기도 하였소.


선생, 당신이 바라던 세상을 살고 있소.
살아 있으나 죽은 시대를 우리는 풍문으로만 듣고, 빛을 당연히 내리쬐는 시대가 되었소.
엔트로피의 법칙, 흩어진 것들은 저절로 돌아오지 않소.
그것은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오.

선생,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오.
그것을 받아들이기란 얼마나 힘든지,
어긋난 것들 끝에 다다른 이곳을 바라보면
선생께서는 웃으실지, 화를 내실지, 기뻐하실지, 탄식하실지 모르겠소.

그럼에도 이 어지러운 세상에 선생께서 남긴 것은 흩어지지 않고 있소.
그것은 법칙따위로 정의될 수 없는 까닭인가 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