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사랑이 서서히 멀어지는지 몰랐을까.
가장 빛나던 시절은 가장 서툰 순간에 찾아왔다.
때문에 완전한 사랑을 네게 건네지 못했다는
마음의 부채가 꾸준히 나를 괴롭혔다.
사람은 잃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게 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너를 잃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너의 소중함과 우리의 추억은 그제서야 차올랐다.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순 없다.
잊힌 나의 잘못과 엉켜버린 시간
그 속에 흩어지듯 존재하는 마음
많은 것이 혼재된 지금의 나에겐
술만이 마취약과 다름없었다.
쌓여만 가는 저 술병들을 바라보다가
영영 풀리지 않을 것들을 조금씩 내보냈다.

그리움은 잠시였고 아픔은 길었다.
너와 함께했을 때 가장 온전한 나였음을
너를 보낸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나는 이제 괜찮다고,
전과 달리 술을 마시고 너를 찾지 않는다고
20대의 끝과 함께 흐려진
네 그림자에서 이제 벗어나 살겠다고
그렇게 간신히 몇 년을 보냈다.

불이 꺼진 방에서 네 생각에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조금만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사랑에 서툴지 않았더라면
너를 내 손에서 놓지 않았겠지

옅어진 기억에 너에게 배운 사랑을 잊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덕분에 나는 어른이 됐고 성숙한 사랑을 할 줄 알게 됐다.
코끝에 맴돌던 네 향기는 잊혀졌고
이제야 난 안녕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