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hadow –02-



동민의 눈빛은 더욱 빛을 내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이....이리와봐"


동민은 모니터에 나타난 것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나에게 눈짓을 하였다.그러나 도무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의 눈에는 그저 숫자들 만이 껌뻑이

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뭐야?"

"자세히 봐! 이게 정말 현희가 만든것이란거지! 정말 대단해!"

"동민아!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잖아.그러니 자세히 설명좀 해봐!"


동민은 공감을 하였는지 마우스와 키보드를 잠시 두들겨 대었다.그러자 화면의 중앙에는

자그만한 점같은것이 이리저리 움직여 대고 있었고 동민은 또다시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대체 이게 뭔데 그래? 설명좀 하고 봐!"


동민은 들은채도 안하고 화면을 바라보면서 황홀한 눈빛을 지으면서


"자세히 봐! 대단하지 않니? 아름다울정도야!"

"야 정말 똑바로 설명못해?"


혼자서 난리를 치고 있는 동민에게 짜증섞인 말을 하자 동민은 약간 움찔하였다.


"미...미안해...너무 대단한것이라서.좋아 설명해 줄께. 이것은 뭐랄가? 인공생명체 같

은걸로 보여.그리고 성장하고 있지."

"뭔소리야? 쉽게 말해봐"

"쉽게 말하자면 현희는 여기다가 작은 씨앗을 심었고 그것은 컴퓨터의 연산으로 인하여

점점 성장하고 있어.물론 화면안에서이고 또..."

"그러면?"

"그래!굉장한거야 이놈은 성장하고 있다고....처음 가지고 왔을때 크기가 10M였지만 작

동시키자 마자 2시간만에 13M의 크기로 변해있어.이건 정말 신기에 가까울 지경이야.스

스로 증식하고 있다고.."


그말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에 불길한 무엇인가가 소리쳐대고 있는듯 하였다.

[지워...경숙아 지워야해...]


"그럼 이건 어떻게 할꺼야?"

"글세 아뭏든 뭘로 성장할껀지 결말을 보아야 하니 그냥 계속 둬볼께.현희가 이것을 만

들려고 한 이유와 또 이상한 메일로 너에게 보낸것도 이것이 성장하면 알수 있을꺼야!"

"그렇지만 동민아 ! 현희는 이걸 만들고 있다가 죽었는지도 몰라....또 자신을 구해달라

는 이메일도...!"

"넌 말이 된다 생각하니? 프로그램때문에 현희가 죽었다는게....신문에서도 정신병자의

소행같다면서...이거는 현희가 남긴거니까 현희를 위해서라도 완전히 성장시킬꺼야."

"그래도...."


나의 걱정의 소리는 동민의 귓전으로 흘러 들었고 동민은 현희가 만든 프로그램을 계속

실행시킨후 나를 배웅해주고 있었다.


"동민아...무슨일 있으면 전화해 알았지?"

"그래 걱정하지마."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의 불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문앞에 떨어져 있는 석간 신문

을 들어서 소파에 던져두고 밥을 차리고 있었다.

[때르릉]

전화벨소리...아마도 동민일꺼라는 생각에 거실까지 뛰어가다 시피 하여 전화기를 받았

다.


"경숙씨? 내일 마감인거 알아요 몰라요?....주절 주절"


신문사의 편집장이었다.저번주 현희일로 펑크를 내었더니 짜증을 내면서 나에게 독촉을

해대었다.그러나 나는 전화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신문의 전면

페이지에 나와 있는 커다란 글씨 때문이었다.

[토막 살인 사건 다시 발생. 진짜 정신병자의 소행인가?]

신문을 급히 들고 내용을 자세히 읽어 보기 시작하였다.

[사지가 절단 된채로 내장이 제거된 변사체가 이모氏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지난번 발생한 사건과 똑같은 형태의 사건이라서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

다.......]

현희의 사건이 범인이 나타나지 않은채 거의 종결된 상황에서 또다시 놈이 모습을 나타

내었다.어쩌면 놈은.....

이 사건은 사건의 실마리이자 해결책이기도 하였다.나는 현희가 누구에게 어떻게 죽었는

지를 꼭 알아내고 싶었고 나의 손은 어느새 전화기로 향하고 있었다.

[네 문화일보 입니다]


"저는 신경숙이라고 합니다...저"


곧 담당기자를 알수 있었고 내일 아침에 만나자는 약속을 함으로써 나의 가슴속에는 두

려움과 평화가 같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거 뭐야? 진짜로 열받게 하네!"


형상은 열흘이나 컴퓨터가 자주 다운이 되는것에 짜증이 나고 있었다. 대리점에 가져다 주어도 도대체

이유를 밝힐수가 없었다.

[탁....탁]

신경질적으로 본체를 쳐봐도 다운된 컴퓨터는 작동을 하지를 않았다.말썽을 자주 일으키는 컴퓨터덕에

회사일을 집에서 할수조차 없었다.처음 다운되었을때는 별다른 이상없이 다시 작동이 되었었다.그러나

날이 갈수록 시스템이 작동조차 안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김민정이라는 담당기자와 만난것은 아침이 되어서야 가능했다.아침햇살이 잘드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녀는 빨간 뿔테안경이 너무나 잘어울리는 예쁜눈을 지님 매력적인 미인이어서 보는이로 하여

금 편안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신경숙입니다."

"전화를 받았지만 왜서 저를 찾으시는지는?"

"취재하신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 약간 몸서리를 치고 있는듯 하더니 미간을 찌프리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무슨일로?"

"김현희는 제 친구였습니다.그것도 가장친한."


굳어졌던 그녀의 인상이 살짝 펴지는것 같았다.


"그렇군요.저도 그때 현장에 가보았지요....경찰이 사건을 흐지부지 만들더니 결국은...."

"그것 때문에 민정씨를 찾아온겁니다.현희가 무엇때문에 죽었는지 또 누구한테 왜 죽어야 했는지를

알고 싶어서..."


갑자기 흥분하여 떠드는 나를 그녀는 진정시키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이번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믿고 계시는군요,그런데 이건 경찰이 할일이지 경숙씨가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요 저도 상관이 있어요, 전 현희의 가장친했던 친구이고 또 현희가 죽은 그날밤 저에게 메일을

보내왔어요.마치 자신을 구해달라는듯한...."


말에 뜸을 들이자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빛나고 있었다.마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조리 말하라는듯한

눈초리였다.그러나 난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그리고 그녀에게 조건을 제시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것을 김기자님께 보여드릴수 있어요.단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한 정보를 김기자님이

알고 있는것을 모두 말씀해 주신다면요."


잠시 망설이고 있던 그녀는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기위해 눈을 깔고 생각에 잠기었다.그리고 뿔테 안경

을 살짝 들어올리면서 자신이 취재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강력계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 다니고 있었어요.그때 한통의 신고 전화로 강력계안은 소란으로 정신

을 못차릴....."


급한 마음에 나는 그녀에게 본론부터 말하라는 부탁을 하였고 그녀는 곧 이야기를 계속 시작하였다.






형사들보다 먼저 도착할수가 있었다.서울시내를 돌아다니기 위해 마련한 오토바이 덕분이었다.특종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였다.전화를 받으며 형사가 적고 있는 메모지위를 곁눈질 하나

로 기억해가며 머리의 기억력만으로 찾아온 곳이다.이곳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며 대문을 살짝 밀어보

았다.철문으로 만들어져서 특유의 [끼~끼 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서서히 열리었고 민정의 발은 잘

정돈되 정원 사이를 지나 일반 서민 주택정도로 보이는 문의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문을 살짝 열자 민

정의 코안으로 피 비린내가 기다렸다는듯이 쏟아져 들어왔고 민정은 구역질을 참아내며 문을 완전히 열

어젖혔다.민정의 눈은 참혹하게 살해된 시체를 찾기 시작하였으나 그녀의 기대를 져버리고 단정한 거실

만이 눈안으로 몰려 들어왔다.그러나 자신의 코와 비위를 마구 공격해대고 있는 역겨운 피비린내의 출처

를 찾아 눈을 돌려보았다.좌측에 문이 열려있는게 보였고 천천히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기고 서서히 다가

갔다.어느덧 민정의 몸은 방의 출입문 앞에 도착을 하였다.그러나 도착하는 순간 몸에 힘이 없어지면서 제

자리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게 끝이에요.정신을 차려보니 집밖의 응급차에 누워있는 저를 발견하였고 신문사로 달려와 기사를 쓴

거지요."

"그럼 대체 그곳에서 뭘 보고 놀란건가요? 기절할정도로?"

".....그곳에는......"


말을 하려다 말고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고 있었다.그리고 커피숍의 문을 걷어차듯이 세

게 밀어내고는 나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있었다.나는 말릴 생각을 하지도 못하였다.머리속에서 무언가가

그녀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외쳐대고 있었고 그 의지대로 나는 해결의 실마리가 될만한 것을 지닌 그녀

를 다시 만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때 때르릉 거리는 핸드폰소리가 주머니 속에서 울려대고 있었다.


"네 신경숙입니다."

"경숙이니? 대단해 이걸 눈으로 보아야 하는건데 .이리 올수 있니?"


동민이의 음성은 몹시 흥분되고 있었다.진정하라고 말하며 이따가 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어두운 방안에 얇은 컴퓨터의 불빛만이 어슴프레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쓱 싹 쓱 싹~]

자그만한 그림자가 길게 누어 있는 그림자와 겹치면서 열심히 움직여 대고 있었다.

[철퍽~ 철퍽]

사방으로 검붉은 액체들이 튀어나가고 그 액체들은 넓은 벽에 부딪히면서 철퍽 철퍽 거리는 질퍽한 소리들을

외쳐대고 있었다.그러나 피의 교양곡의 연주를 즐기듯이 그 그림자는 하던일을 계속 하고 길게 누워 있는 그

무엇은 괴로운듯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아~ 안..........돼~~~~~!"


그 비명소리는 절규로 바뀌었고 몇초 안돼는 사이에 방안 가득히 적막감이 돌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휙거리는 소

리와 함께 동그란 무엇이 퍽 소리를 내면서 한쪽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해 지고 있었다.아무일도 없었다는게 사실이라는 듯이...




사이렌 경적을 울리면서 여러대의 차량이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그리고 차량은 급브레이크

로 굉음을 내면서 한곳에 멈추었고 그곳에서 내린 이들은 마치 각본이 짜여진듯이 서로의 할일을 하고 있

었다.노란색라인을 트렁크에서 꺼내서 집 주변에 치는사람,사진을 찍는사람,또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사람.....


김민종 반장은 살인사건만 전담으로 10년이 넘게 근무를 하고 있는 베테랑이었다.그리고 어지간한 주검들

을 봐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서 보고 만지며 심지어 옆에서 커피까지 마실정도의 비위와 담력을 지니

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김반장의 눈에 비친 시체는 그런 경력을 무시하고 잠시나마 김반장의 고개를 돌리

기에 충분할정도로 난도질 당해 있었다.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팔과 다리,마치 무엇에 뜯긴듯이 갈갈이

흩어져 있는 살점들,한쪽 구석에 쳐박혀버린 머리,그리고 머리가 없어서 주인을 기다린다는 듯이 누워있는

뱃속이 텅빈 몸통,벽의 곧곧에 피로 추상화를 그린듯이 엉겨있는 핏자국,어느새 김반장의 얼굴이 찌그러지

고 있었다.


"젠장 벌써 3번째로군,도대체 어떤 미친 녀석이길래?"


그때 유형사가 팩스 용지로 보이는 종이를 들고 피투성이가 된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반...욱"


고개를 반쯤 돌리며 반장에 대한 의무감으로 천천히 팩스의 내용을 읽어 나갔다.


"신..원조회 결과가 욱...나왔습니다.나이 32세 욱..."

"똑바로 말해 풋내기! 대체 뭐하는거야?"

"죄송합니다..욱 ..직업 홈페이지 제작 메니저,학력 고졸,고향은 서울출신입니다."

"홈페이지 뭐라고?"

"홈페이지 제작회사 실장입니다."

"별놈의 직업도 다있군."


컴맹으로 불릴 만큼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김반장은 이상한 직업이 생겨난 것에 약간 툴툴거리

고 있었다.


"유형사! 고개 똑바로 돌리고 이리와 보라고 여기로!"


방문앞에서 뒤돌아 서있는 신참내기 유형사를 부르자 코를 막으면서 상관의 호출에 어쩔수 없이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그리고 경직된 자세로 눈만 이리저리 돌리며 방안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별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것 같군요.반장..욱"

"아니야! 놈은 분명 조금씩 폭주하고 있어.사지 절단이 놈의 수법이었어.그러나 놈은......"


김반장은 한쪽 구석에 뒹굴고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들어올리면서 어느새 뒤돌아서있는 유형사의 뒤통수

에 가져다 대었다.그리고 유형사의 어깨를 툭툭 치자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었다.자신의 눈앞에 나타

난 그 형상은 괴기 영화의 광고 팜플렛에 나오는 듯한 그런 형상을 한 머리가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비명을 질러대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그래도 부족하였는지 뒤로 뒤로 물러서면서


"바....반...장..님"

"그래!하하 드디어 알아내었나 보군."

"전...혀...단지 징그럽다는 생각밖에."

"징그러워? 허 참 형사라는 놈이 이까짓 시체를 보고 징그러워? 빨리 일어나서 자세히 이 눈을 보라고"


머리에 연결되어있는 굵은 핏줄에 간신히 지탱하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눈에다가 입에는 피거품이

굳어버려 끈적거리는 머리의 눈을 바라다보았다.그러나 유형사의 눈에 비친 그 머리의 모습은 단지 괴

물일 뿐이었고 징그러운 시체의 머리로 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바..반장님..그거 일단 내려두고 말씀..하시면 안됩니까?"

"이거?"


머리를 한번 훑어보던 김반장은 원래 머리가 있던 곳에 가져다 놓으며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피를 바

지에 쓱싹 거리며 닦아내자 유형사는 참을만큼 참았다는듯이 얼굴이 뻘개지면서 집밖으로 나가서 구

역질을 해대며 아침에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고 있었다.


"쯧쯧...이렇게 비위가 약해서야! 그래서 강력계에 붙어있을수 있겠어?"

"그래도 저...욱..."


계속되는 토약질에 김반장은 인상을 찌그리면서 바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경찰들과 어느새

냄새를 맡고 몰려든 기자들 사이를 지나치면서 자신의 차를 타고 그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젠장 분명한것은 녀석은 점점 폭주하고 있다는거야! 이녀석 네녀석이 누구던간에 나에게서 벗어나

지는 못할것이다.'


김반장의 머릿속에는 보이지 않는 녀석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