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점들 하셨지요?'-'）

기천의 장난질을 시작으로 사건들, 그리고 미스테리한 현상들과 사실들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본격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방금 식사하신 분들껜 약간 비위에 거슬리는 장면이 슬슬 나오기 시작합니다.

뭐..쏠리면 토하고 또 먹으면 되지..-_-;;;

암튼 들가 보아용~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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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둠의 문（cafe.daum.net/blacknovel） & 리얼판타（www.realfanta.com）

작가 : RoLLo



8






승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새엄마는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새엄마는 승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진공청소기를 껐다.

" 이제 오니? "

승지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신발을 벗고 올라왔다.

" 네 앞으로 편지가 왔더구나. 근데 보낸 사람 주소하고 이름이 안 적혀 있지 뭐니? "

" .......... "

" 네 방에다 갔다놓기는 했다만....... 좀 이상해서........ 혹시 연애편지? "

새엄마는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승지는 그런 새엄마의 웃음이 불쾌했다. 승지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자 새엄마는 다시 청소기를 켰다. 요란한 청소기의 모터소리가 승지의 귀에 거슬렸다. 방에 들어간 승지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분홍색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새엄마가 말한 바로 그 편지였다. 역시 발신인 주소는 쓰여있지 않았다. 다만 ' 최 승지 앞 ' 이라는 인쇄된 종이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왠지 불길한 느낌의 편지였다. 승지는 봉투를 찢어 안에서 편지지를 꺼내어 보았다. 그리고 4등분으로 접혀 있는 편지지를 펴보았을 때 승지는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편지는 잡지책을 조잡하게 오려붙인 듯한 요란한 글자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 난 항 상 네 년 을 죽 일 생 각 만 해 네 가 어 디 에 있 던 넌 날 피 할 수 없 을 거 야
난 널 저 주 해 네 가 죽 어 없 어 졌 으 면 좋 겠 어 앞 으 로 도 계 속 널 지 켜 볼 꺼 야 '

편지의 맨 밑에는 머리카락과 면도날이 스카치 테잎으로 붙어 있었다. 승지는 머리카락을 떼어내어 유심히 살펴보다가 문득 자신의 머리카락 하나 뽑아 그것과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것임을 확신하자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





9




그 날 이후 준혁이 학교를 결석한지 3일이 지났다. 기천은 죄책감으로 인해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고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얼굴이 몹시 초췌해 보였다.
' 분명 준혁은 병원에서 바퀴벌레를 빼냈을 거야. 그리고 의사가 그 이유에 대해서 녀석에게 물어 보겠지. 그럼 준혁은 그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게 될 것이고 그럼 모든 게 들통나고 말 거야. 어줍잖은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겠지. 난 꼼짝없이 걸려 들어가게 될 거야. 나에게 빠져나갈 구멍이란 이제 없다고. 젠장 '
공포와 죄책감이 기천의 정신을 서서히 좀먹고 있었다.

준혁이 학교에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였다. 준혁의 겉모습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다만 발작이 아닌데도 가끔씩 정신을 놓은 채 멍하니 앉아서 침을 흘리는 일이 자주 있었을 뿐이었다. 기천은 준혁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 녀석이 혹시나 자신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눈감아 준다면야 고마운 일이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고 그것을 빌미로 협박을 해온다면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천은 생각했다.

준혁은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듯 보였다. 가끔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수업시간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간다는 것만 빼놓고는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동안에 간질로 인한 발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주위사람들은 더욱 준혁의 그런 행동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다만 간질증세에서 오는 특이행동 쯤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준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기천혼자 뿐이었다. 기천은 그런 준혁을 보고있는 것이 몹시 불안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났을 때였다. 준혁은 그 날도 석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석호는 준혁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 다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사실 그때는 이미 준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기천은 알고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 야! 내 말이 안 들려! "

" 머리가......... 아파 " 기천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 지랄하고 있네. 이게 어디서 꾀병을...... "

" 머리가 아파........ 뭐가 ....... 들어 있나봐. "

" 왜? 네 머리에 도청장치라도 심어놨냐? "

" 욱....... 우웩......... "

" 에잇......... 이런 썅! "

준혁이 석호의 옷에다 토하고 말았다.

" 우웩......... "

반 아이들은 준혁이 석호의 옷에 토하는 걸보고는 즐거워했다.

" 이런 개새끼가....... 미쳤냐! "

석호는 준혁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 워낙에 힘을 실어 날린 거라 펵 하는 소리와 함께 준혁은 마치 헐리웃 액션배우처럼 뒤로 멀찌감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석호는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쓰러져 있는 준혁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또다시 펀치한방을 날릴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준혁의 멱살을 잡은 석호의 표정이 일순간 분노에서 공포로 바뀌고 말았다. 그것은 준혁의 머리가죽이 꿈틀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헉....... 이게 뭐야! "

석호는 기겁을 하며 준혁을 뿌리쳤다.

" 왜 그래, 석호야 "

" 방금 봤어? " 석호는 눈이 휘둥그래진 채 친구들에게 물었다.

" 뭘 ? "

" 뭔가 꿈틀댔잖아. "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바닥에 누워있던 준혁이 미친 듯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마치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사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런 발작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었다. 반 아이들은 준혁이 이처럼 무섭게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지금 그의 발작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다. 석호녀석도 무서웠는지 뒤로 잔뜩 물러나 있었다. 한 아이가 선생님을 데리고 온다며 나갔지만 선생님이 온다고 해도 지금 이 녀석을 말릴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준혁의 사지가 서로 다른 생명체 인양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통으로 인해 준혁의 표정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모두들 준혁의 발작쯤은 이미 많이 봐온 터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지만 이번 발작만큼은 웬만한 비위를 가지고는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돌린 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천만큼은 그런 준혁의 모습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는 이번 발작이 제발 단순한 간질증세이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돌리고 있었을 때 기천은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어떤 것을 보고 말았다. 준혁의 귀에서 스물스물 기어 나오고 있던 그것은 흰색 반점이 있던 바로 그 바퀴벌레였다. 그 다음 날부터 준혁은 또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10





승지는 첫 편지를 받은 날로부터 지금까지 모두 5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것도 매주 금요일마다 빠짐 없이 날아왔고, 그런 이유로 활기찬 주말의 시작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우표가 붙어있지 않은 걸로 봐선 범인이 직접 편지함에 넣은 것으로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덜미를 잡을 수 도 있었지만 이 뛰어난 범인은 단 한번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무사히 편지만을 남겨 놓고 사라졌던 것이다.
편지의 내용은 교묘하게 승지의 일상생활을 언급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갔던 주에는 반드시 영화 제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새 옷을 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지가 좋아하는 파란색을 ' 네 년 이 입 지 말 아 야 될 색 ' 이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이런 것들은 범인이 승지의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지는 어느 때 보다도 밤길을 걸을 때마다 조심해야 했고 항상 뒤를 돌아다보는 습관까지 생기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반 아이들의 눈빛마저도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신경질 적이던 승지의 성격이 더욱 히스테릭해져 가고 있었다.

아침 식탁에 앉은 승지와 기천에게선 어딜 봐도 생기란 느껴지지않았다.

" 요즘 너희들 왜 그러니? 갈수록 말라 가는 것 같구나.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니? "

둘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죽은 동태같은 눈으로 자기 앞에 놓인 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새엄마의 눈빛이 무척 애처로웠다. 반면 식탁에 앉아서도 신문에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편은 그런 것쯤은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듯 말 없이 신문의 글자들만 쫓을 뿐이었다.

" 당신, 신문 좀 그만 읽고 애들 얼굴 좀 봐요. 애들 얼굴이 반쪽이 됐잖아요. "

" 크느라 그러는 거라고. 다들 그만 할 때면 키가 크느라 마른 단 말야. 그러니 영양가 있는 것 좀 먹이라고. "

"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

남편은 귀찮다는 듯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았다.
승지가 몇 숟가락을 뜨더니 더 이상 밥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왜 그래. 반찬이 또 마음에 들지 않니? "

" 아뇨. 그냥 밥맛이 없어서요. "

" 승지야, 엄마가 오늘 장어구이를 쌌으니까 애들한테 뺏기지 말고 너만 먹어. 알았지? "

새엄마는 승지에게 반찬 통을 열어 장어구이를 보여주며 신신 당부를 했다.

" 알았어요........ "

사실 이럴 때 승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모성애였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친 엄마에게서 그런 사랑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승지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승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새 남편과 그랜드 캐년으로 여행을 갔을 때 보낸 엽서 한 통 정도였다. 엽서의 앞면에는 거대한 그랜드 캐년의 협곡을 배경으로 엄마가 처음 보는 남자와 다정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때 승지는 사진에 찍힌 엄마의 웃음과 거대한 협곡의 모습이 어딘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비현실적이면서 다가갈 수 없는 무서운 깊이였다. 그랜드 캐년의 협곡은 정말로 거대한 것이었다. 승지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 까지 노력하는 새엄마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부담이 오늘만큼은 사랑으로 다가왔다. 가끔은 자신도 말 잘 듣는 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승지였다.





11





4교시가 끝나고 어김없이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3교시가 체육시간이어서 더욱 배가 고파진 승지는 새 엄마가 싸준 장어구이를 빨리 먹고 싶어졌다.

" 누구야~ 아이 짜증나....... 누가 또 체육시간에 내 도시락 까먹었어? "

별명이 뚱녀인 소연이가 인상을 쓰며 자신의 도시락을 치켜들었다.

" 뚱녀야, 그냥 좋게 생각해. 어차피 다이어트 하려고 했으니까. 잘 된 거잖아. 큭큭 "

" 너지? 네가 먹은 거지! "

" 얘가 또 생사람을 잡네. 누가 체육시간에 네 스트레칭 도와줬는지 벌써 잊어먹은 거야?"

" 에잇 씨..... 나 밥 안먹어! "

" 뚱녀야~~~ "

울먹이며 나가는 뚱녀를 몇몇 친구들이 따라가 달래 주었다.
승지는 그런 뚱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곤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기대하던 장어구이가 들어있는 반찬통을 열었을 때 승지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 승지야 왜 그래? "

" 승지야, 정신 좀 차려봐. "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승지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 야, 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

" 공부를 너무 많이 한 걸까? 요즘 들어 좀 불안해 보이던데. "

그때 한 아이가 승지의 반찬통을 들여다보고는 그 자리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 야..... 너까지 왜 그래? "

" 우웩,,,,,,,, 저........ 저 안을 좀 봐봐. "

친구들이 반찬통을 들여다봤을 때, 그제 서야 승지가 기절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안에는 장어구이 대신 다리가 모두 잘린 채 머리만 움직이고 있는 바퀴벌레들이 한 가득 들어있었다.





12






기천의 학교에선 준혁에 대한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누가 어디서 듣고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얘기는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나 다른 학교에까지 번질 정도로 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얘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충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준혁이 간질병을 고치려고 민간요법을 썼는데, 그게 바로 바퀴벌레를 달여서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만 바퀴벌레의 알이 섞여 들어가 준혁의 몸 속에서 부화했고. 마침내 바퀴벌레들은 준혁의 머리에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벌레들은 준혁의 뇌를 서서히 갈아먹기 시작했고 급기야 준혁을 죽이고 말았다. 그런데 준혁이 죽자 숙주를 잃어버린 바퀴벌레는 준혁의 몸 속에서 기어 나와 준혁의 가족을 습격했다는 것이다.

" 음....... 정말이지 한편의 괴기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군. "

만화책을 읽고 있던 순오가 비꼬며 말했다.

" 하지만 말야. 전혀 근거가 없이 나온 소문은 아닌 것 같던데. 일단 그걸 본 사람도 있고...." 라며 동훈이가 말했다.

" 누구? 석호? 넌 그 새끼 말을 믿냐? "

" 그때 녀석의 얼굴을 보니까 꼭 진짜 같더라고. "

" 뻥이야 뻥....... "

" 그리고 준혁이네 집도 연락이 안된 데잖아. 지금 교무실에서도 선생님들끼리 수군거리더라고..... 이거 좀 수상하지 않냐? "

" 쳇....... 준혁이 데리고 어디 요양이라도 갔나보지. "

" 기천아, 넌 어떻게 생각 하냐? " 동훈이는 멍하니 앉아있는 기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 어?.......... 난 별로...... "

"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요즘 너 이상하더라....... 무슨 문제 있냐? "

" 아냐....... 아무 것도. "

" 짜식, 밤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큭큭.... 살살 하라고..... " 순오가 낄낄거리며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 이상하단 말야...... 준혁이 그런 일이 있고 부터 네가 자꾸 이상해지니. "

무심코 던진 동훈의 말에 기천은 발끈했다.

" 뭐야?!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엉! "

" 뭘 그렇게 흥분을 하고 그래? 난 그냥........ "

" 왜 나하고 그 녀석을 연결짓냔 말야. "

" 아니 난....... 너 진짜 이상하다! "

" 이 자식이....... "

자리에서 일어난 기천이 동훈의 멱살 쥐고는 죽일 듯이 노려봤다.

" 기천아, 그만해. " 순오가 일어나 기천을 말렸다.

"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뭐가! "

" 윽....... 야 그만해,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

" 기천아, 그만 둬. "

기천의 귀엔 친구들의 목소리가 마치 메아리가 되어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 처럼 느겨졌다 . 나중에 친구들이 기천을 강제로 말리고 나서야 둘 사이는 진정될 수가 있었다. 기천은 창백해진 얼굴로 교실을 나갔다.

" 이야..... 기천이도 화나니까 무섭네. " 태식이 동훈을 보며 말했다.

" 젠장..... 저 녀석 대체 왜 그러는 거야? "

" 가만 놔둬. 뭔가 좀 꼬인 게 있겠지. 큭..... "

" 아무래도 수상해. "

" 너 왜 자꾸 준혁이랑 기천이를 연결시키려는 건데? "

" 우연치고는 이상하잖아. 그 날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나갔을 때도 그랬고. 저 녀석 준혁이가 안 나오고 나서부터 계속 긴장하고 있잖아. "

" 야. 그게 다 우정이라는 거다. "

" 우정? "

" 그래. 원래 준혁이 하고 기천인 친구였잖아. 지금은 좀 소원해졌지만. 녀석은 지금도 준혁이를 걱정하고 있는 거라고. 알겠냐? "

" 쳇...... 성인군자 나셨군. "

" 그만 잊어버려.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친구사이에 금가면 되겠냐? "

" ......... "

동훈은 기천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