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능 준비 열심히 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입니다.

저 혼자 해결하고 싶지만, 아무리 애써도 저 혼자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생각나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부족한 필력으로 끄적끄적 적어나가 보겠습니다.

저는 아버지 한 명과 어머니 한 명, 군대에 간 형과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발 시기와 맞물려 저희 가족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직장 생활로 만난 친구들과 사교적인 모임을 갖곤 했는데, 아버지는 그것이 불순한 모임이라 의심을 하고 집에서 집안일만 하라고 강요해왔습니다. （아버지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여자가 사회에 진출하는 것에 달가워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근 20년 간 저희 가족들을 키우느라 （아버지는 육아를 도맡아 하지 않음） 고생하셨을테고, 저로서는 사교적인 모임을 가지는 데에 찬성합니다. 아버지 빼고 저희 가족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옥죄여오는 강도가 점점 세진다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형언하기 힘든 온갖 욕설들을 퍼붓고, 때로는 폭력까지 동원하여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손에 꼽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 사교 모임은 절대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요. 최근 들어서는 욕하는 명분도 없이 그냥 술만 마시면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잡고 어머니한테 카톡을 날리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참고 견디자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고2였는데, 조금만 버티면 행복할 날이 오겠지, 라는 막연한 낙관적인 희망으로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텼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방임할수록,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매일 소주 2병 이상은 기본적으로 마시고, 카톡으로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합니다. '개새X'부터 시작해서 '개같은X' 심지어 '걸레 같은 X'이라고 하는 것까지 들어봤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해봤다고 생각합니다.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친척들은 내 알 바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고, 대화로 해결을 시도해보려 했지만, 도돌이표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아왔습니다. 아버지가 워낙 폐쇄적이고 자기 신념이 뚜렷해서 （나쁘게 말하면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음） 아무리 건설적인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도, 그 순간만 넘어가면, 상황은 원상 복귀됩니다. 또한 아버지와 두 차례 몸싸움을 벌인적도 있습니다. 한 번은 경찰이 와서 상황을 타개했는데, 그때도 별다른 해결책 없이 얼렁뚱땅 넘어갔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학업에 매진하기도 바쁜데, 제가 왜 아버지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할까요. 저에게는 직접적으로 아무 타격이 없어 괜찮지만, 어머니가 매일 아버지의 카톡을 보고 상처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습니다. 또 중학생 여동생이 걱정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형편이 불운하면 인성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 됩니다.

수능이 끝나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혼시키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대학 등록금이나 취업 준비금 같은 경우 아버지가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흙수저의 삶을 살아야합니다. 현재 저는 진퇴양난의 처지를 겪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현실적인 조언이나 해결책 좀 고민해주셨으면 해요.

p.s. 어떻게든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해드리고 싶었으나, 잘 전달이 되었는 지 걱정이 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몇몇 사람들은 이 글만 보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이 글 이외에도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그 많은 일들을 떠올리기도 힘들고,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또한 그것들은 다 적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 빠지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부분 있으면 답글로 추가 설명할 의향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