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문제가 있어요.
생각해 보면... 문제가 있은 것은 최소 3년? 길게는 5년은 된 듯 합니다.
공부 오래했고, 적당한 때 합격하여 일한지 10년.
그런데 일이 너무 싫어요. 남들 다 부러워하는 일인데, 이 일이 너무 싫어요.
난 너무 게을러요. 자리도 엉망이고 집도 엉망이고 다 엉망이에요.
살림도 잘 못하고. 이제껏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공부밖에 없어요.
책임이 너무 큰 일이라, 매일매일 조금씩조금씩 신경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이 너무 하기싫다 - 일단 미루고미루고미룬다 - 더 하기 싫어지고 - 미루지만 계속 신경은 쓰이고 압박당한다 - 결국 데드라인 직전에 겨우 한다
- 이 일 말고도 다른 일이 또 데드라인이다 - 일이 하기 싫다 - 데드라인만 쳐내고 또 일을 미워한다 - 계속 반복이다.
그냥 일을 일로, 내 할바만 다하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아요.
항상 최악을 걱정하고, 비난받을 거라 생각해요. 그것도 비난의 최대치를 항상 상상해버려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그래요. 10년동안 그런 최악의 일은 한번도 없었어요.
가족이 이걸 아는지는 모르겠어요. 모르는 것 같아요. 전 연기를 잘해요.
내 하루의 버팀목은 퇴근하고 아이 숙제 봐주고, 아이 책 읽어주고, 남편이랑 소소한 이야기하는 거에요.
이런 이야기하면, 착한 내 남편은 일 그만두라고. 당신 뜻대로 하라고 할거에요.
하지만 지금 그럴 상황은 절대 아니에요. 내남편 외벌이 만들고 제가 맘편할 그런 상황은 아니에요.
일 같이 하는 동료들도 좋아요. 저만 문제에요. 저만 잘하면 되요.
죽지도 않을거에요. 예쁜 내새끼, 소중한 내새끼 조금이라도 아프고 아쉽게 크게 할 순 없어요.
그저 덜 된 인간이라... 책임지는게 싫은 거 같아요.
이제 40대인데 나잇값도 못하고 아직도 책임지는게 싫고 그저 정신연령은 10대에서 멈춰있는 것 같아요.
어디에 이야기해 보는 게 처음이에요.
상담도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아요. 너무 착한 우리 신랑에게 들키지 않고 상담을 받기도 힘들겠죠.
그나마 요즘 위안인 건, 푸틴이 하는 짓 보면서, 그래 나만 이렇게 병신은 아니구나 하는거에요.
그래. 한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람도 저렇게 흐지부지하고 대충 사는데.
오늘은 너무 내 맘이 무거워서. 오래 보아온 웃대에 살짝 내려놓고 갑니다.
맞아요. 나는 지금 문제가 있어요.
인정합니다. 나는 지금 문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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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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