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돈 꿔가서 안갚기로 유명한 개방에서 이자만 갚아도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 여겼는데 원금까지 모두 회수됐다는 무리맹 회계 담당자의 보고를 들은 무림맹주는 지금 이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니 그 거지놈들이 무슨 돈벼락을 맞았길래...?"

회계 담당자의 보고를 옆에서 듣고 함께 놀라고 있던 무림맹 첩보부 부장 본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맹주님, 무언가 구린내가 납니다. 저희 첩보부 정예 요원을 개봉으로 침투시켜 자세히 알아보심이 어떠실런지요..?"

"그래. 그게 좋겠다. 누굴 보내는게 좋겠는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음.. 그래 자네라면 들키지않고 사건의 진실을 단번에 알아낼 수 있을게야"

"존명."

무림맹주에게 잠입 허락을 맡고 나온 본은 내심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서류 더미 사이에서 보고와 결재의 늪에 빠져 야근이 일상이 되어버린 일터를 벗어나 간만에 현장직으로 복귀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더 기쁜 것은 최근에 입수한 한 정보 때문이 더 컸다.

'개봉에서 미남 혹은 미녀로 구성된 단체가 노래를 부르며 군무를 추는것이 유행중이며 유흥으로 밥먹고 산다하여 corea의 c밥과 카이펑의 k밥 간의 대결이 사뭇 흥미진진하다. 직접 보고 그린 그림 첨부하니 확인 요망'

이내 첨부된 화첩을 펼쳐든 본의 가슴은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미남 미녀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추니 그 선이 몹시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마흔엔 사라진 줄 알았던 설렘이란 감정이 되살아나며 퀭한 눈과 덥수룩한 턱수염, 푸석해진 본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그중에서도 본의 눈길을 잡는 그림속 인물이 있었으니 화첩 설명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개성 소년단  -척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