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혁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하다

내가 내 가치를 인정받을 길은 공부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수능을 한 번 더 쳐보려고 공부하는 중이고 그거 때문에 1학기 학점도 반쯤 포기해버렸는데 수능을 잘 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시 제도는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주류가 될 수 있는 전형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함. 수능은 비록 많은 수험생에게 애증의 대상이지만 반박의 여지 없이 공정한 시험임. 어차피 완벽한 제도란 건 존재할 수 없는데 뭘 자꾸 집착하는건지 모르겠다

서울대학교 정시 전형이 교과를 10% 반영한다고 했을 때부터 마음이 안 좋았는데 수능을 조져버리겠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정부가 나한테, 그리고 학생들한테 ‘2번째 기회는 꿈도 꾸지 말라’라고 윽박지르는 느낌을 받음

수능은 몇 번을 망치든, 그 다음 해 시험을 잘 보면 만회할 수 있음.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단 말이야

근데 수시는 단 한 번의 시험, 단 한개의 과목, 단 한 번의 수행평가라도 망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고, 그 학생은 설의대를 못 가는 구조로 되어있음

근데 고작 10대 중반 좀 넘을 고삐리가 자기 미래에 대해 얼마나 고민할까? 나도 그랬고, 결국 1학년 성적은 중학교 때 받아본 적 없는 처참한 등급이었음

결국 수시로 서연고/메디컬을 갈 수 있는 학생은 소수의 일찍 철든 학생 아니면 부모가 일찍 케어해주는 아이들밖에 없지. 수시 제도야말로 사교육을 키울 수 밖에 없어

고 2 때부터 다시 정신차리고 공부를 시작했고, 몇 개 과목에서 1등급을 맞았다. 그럼에도 수시로는 지거국이 한계였지.

재수로 서성한 라인에 입학하는데 성공했지만 나는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 이런 욕심을 품으면 안 되는 거야? 기회는 이미 충분히 주어졌다는 건가?

물론 수능이 완전히 철폐된 것도 아니고 전국의 수험생이 같은 처지에 놓여있으니 일단 공부를 계속하는 수밖에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