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고향을 나선지 어느덧 일년.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네놈은...."






"잊었다고 하지는 않겠지."











투투...툭....




빗방울이다.


맑은 하늘에 어둠이 번져 삽시간에 천지를 뒤덮었다.


누구의 눈물일까.


구슬프게 떨어지던 빗방울이 줄기를 이뤄 세차게 내려쳤다.


몸이 무거워졌다. 옷에 물기가 스며들며 갑옷에 더한 무게를 실었다.


쇠가죽 장화에도 물이 차올랐다.






마왕의 망토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어두운 철가면 아래에 더운 김이 확 끼쳤다.
대도（大刀）를 등에 짊어진 채 녀석은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고든이군."



아득히 고개를 들며 중얼거리는 녀석의 입에서 나의 이름이 불거졌다.





"내가 기억나는가?"




왼손의 장갑을 천천히 벗으며 물었다.





녀석의 숨소리가 차츰 거칠어졌다.





"마왕. 그것이 너의 이름이지."





"....."






"고향이 생각나냐?"






"....."







"마왕 놀이에 익숙해진 것 같아 안심이야. 그래야지......"






말을 채 맺기도 전에 녀석의 칼날이 목젖 아래에 섬칫 닿았다.
얇게 베인 생채기 위로 핏물이 스륵 흘러나왔다.
죽일 생각은 없는 듯, 칼끝에 번진 핏물을 흩날리며 칼을 거두었다.
내가 알던 그놈이 틀림없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계집애 같은 놈이다.








"지금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분노에 찬 듯, 아니면 애걸하는 듯 무섭게 떨리는 목소리로 녀석이 고함쳤다.








"마왕...."







일그러진 동쪽 하늘이 일순간 빛나더니 벌건 노을을 토해 놓았다.
그을린 구름이 묽게 번지며 쓸쓸한 오후의 들판을 장식했다.
검은 가면 아래 녀석의 여린 눈동자가 애절히 떨리고 있었다.
덩쿨에 긁힌 상처에도 눈물을 쏟던 계집애같던 녀석.







"너를 죽이러 왔다."







"........"





녀석의 떨림이 멎었다.










....






















차단된 룰셋...때문에 길게 쓰지를 못하네요.

웃자 가던 못 가던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