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째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집에 오자마자 발로 본체 버튼을 누르고 의무적으로 하는 숙제 같은 그런 게임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던 라면이 맛이 없고 열 번 스무 번 넘게 봐도 재밌던 방송들도 재미가 없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지방이지만 나름 괜찮은 대학교를 나왔고 얼굴은 못 생겼지만 꾸미는 걸 좋아해 예쁜 여자친구들도 만나봤다. 호불호 나뉘는 성격이겠지만 활발한 성격이라 친구도 여전히 많이 있다.

근데 어디부터 잘못된걸까

졸업시즌 대구에서 터진 코로나 때문일까? 군대를 가지말았어야했나? 진작에 대구를 떠나야 했을까?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하다 경력은 못쌓고 나이만 먹었다. 여태 넣은 이력서만 수백은 될 것이다. 자존감이 떨어져 이제는 이력서를 넣을 의지 조차도 없다.

초등학생때부터 해온 죽고싶다는 생각이 이만큼 강한적도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우연찮게 자살글을 봤다가 나무위키 속 자살글을 몇시간째 읽었다. 보고있으면 더 피폐해져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분인가 궁금해 디씨 우울증갤러리를 가보면 정병놀이 하는 애들과 조롱하는 애들이 대부분이고 카카오 오픈채팅을 가보면 뻔한 성욕을 채울 목적인 애들 밖에 없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커뮤니티에도 이런 게시판이 있었고 나랑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다른점이 있다면 많이들 외롭고 혼자인걸 두려워한다.

나는 차라리 혼자였으면 좋겠다. 죽으면 끝이라지만 부모님과 친구들한테 쪽팔려서 못 죽겠다. 하다못해 부모님만이라도 없었으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고싶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글에는 항상 병원을 가보라고, 약을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왜 괜찮아져야하는지 모르겠다. 죽으면 그만인 것을.

남들과 대비된 내 인생이 불행한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쓸모 없는 세상인 것 같고 사는 것에 재미를 못 느끼겠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는 '너는 죽고 싶은게 아니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거야.' 라는 말도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한테도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면 또 달라질지도. 오징어게임을 현실에서 한다면 참가해봄직 하지 않은가? 어차피 죽을꺼 400억 벌 수 있는 기회라도 있다면 한 번쯤 도전 해보는 것도.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질 일 없고 내 인생은 앞으로도 이런 식일 것이다. 업데이트 없는 알피지 게임을 기약도 없이 이어나가야한다. 바람의나라에서 도토리만 수십년간 줍는 느낌이 이럴까.

오늘은 한끼도 먹지 않았고 먹고 싶지도 않다. 그냥 이대로 메마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