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22: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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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좋아하는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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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랍게도 내 능력 이상으로 수능을 잘 쳤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그 대학 얘기를 하면 공부좀 했구나, 하는
소리를 들을 법한 대학에 갔다.
내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인정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난 내가 노력을 했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을 따라서 자격시험을 준비했고 수험기간은 길었지만 그래도 또 어떻게 내 능력 밖의
운이 따라 소위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가 됐다. 어딜 가도 똑똑하다는 소리만 들어온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 들어서면서,
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으로, 근면함으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지
근데 이 일은 애초에 나같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 처박혀 숫자를 다루는 직업이 아니라, 내가 파고드는 숫자들보다
결국 모든 건 사람과의 관계에서 결정이 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미 자리 잡아가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골방에 처박혀 공부만 하던 뼛속까지 찌질한 나는 절대 이 직업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내 스스로를 바꾸기에도, 이미 결정된 판에 내가 들어갈 틈을 찾는 것도, 다른 길을 찾기에도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수험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비참했던 적이 없었고 이렇게까지 사는 데 질렸던 적이 없었는데, 내가 이 바닥에서의
유일한 패배자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요즘만큼 눈 뜨는게 두려웠던 적이 없어
내 인생은 수능을 본 순간부터 망가진 것 같아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천운이 나에게 주제 넘은 꿈을 선물했고, 내 스스로의 가능성을 착각하게 만들었어
차라리 내가 입시에 실패했더라면, 보다 큰 가능성이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이 바닥에 발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많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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