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오르는 그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쳤던 처음의 순간에 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여태껏 보고 느껴왔던 나의 일생이 그 일순간에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그대는 새벽녘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꽃망울이었으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그저 낙엽뿐이었다.

박명의 햇빛을 붙잡다 놓치고 여명의 햇빛을 기다리다 잠에 들던 나는.

마지막 잎새였던 것일까,

꽃의 피고 지는 순환에 내가 햇살이 될 순 없을까 하였다.





그대는 스스로 햇볕을 품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든 올곧게 고개를 들 수 있기를.

고개를 숙이는 낙화의 시기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 여기는 뿌리를 가지길.

이내 다가올 개화의 순간, 어떠한 꽃보다 아름다우며 향기로울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