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글을 안 쓴 이유는 워낙 다사다난한 나인지라 임금체불이랑 화장실 고장 난 거랑 관심 있는 남자가 잠수탄 거랑 사건은 많았는데

그런 일들이 내 마음을 힘들게 흔들지 못할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일상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 알바하느라 바빴고 내가 좋아하는 아사이볼 먹으러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아이쇼핑도 하고 토크콘서트랑 연말성과회랑 원데이클래스를 갔다

그리고 기존 취미에 무료함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요즘 드라마도 계속 보고 새로운 아이돌 덕질을 하니까 좋은 것 같다

처음에 화장실 타일이 부서진 거를 봤을 때는 온도차 때문에 그렇게 부서진다는 사실을 몰랐어서 처음 봐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인스타에 올리니까 친구들이 다 웃기다고 하고 나도 웃겼기 때문에 기분 나쁘지 않았고 반응이 재밌었다

나의 불행을 유머로 승화해서 사람들이 재밌어하면 공리주의적으로 좋은 것 같다 그게 내가 항상 살아가는 방식이고

근데 많이 부서져서 목욕하다가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세면대 옆에서 쭈그리고 목욕을 했다 이 집의 가장 좋은 점이 샤워 공간이 따로 있어서 화장실이 넓은 거였는데 거기가 부서져서 쭈그리고 있으니까 웃펐다

좀 불편하긴 했는데 예전에는 가스 개통이 늦어서 냄비로 물을 끓여서 씻어본 적도 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롱패딩을 입고 잔 적도 있고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추억도 생각나고 괜찮은 거 같다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증거

내가 또 밝은 이유는 전에는 알바오빠랑 이 정도까지 친하지 않았는데 오빠가 동생한테 까이고 나서 나랑 똑같은 처지의 사람이 돼서ㅋㅋㅋㅋㅋㅋㅋㅠㅠ

그것 때문에 서로 하소연 하면서 엄청 친해졌는데 오빠가 진짜 착하고 밝은 사람이다 보니 자주 만나고 매일 연락하다 보니까 봄날의 햇살처럼 밝은 기운이 나한테도 다 전달되고 닮는 것 같다

오빠가 베푸는 걸 정말 좋아해서 커피도 사주고 키링도 많이 나눠준다 나는 여기에 연고도 부모님도 없고 남친도 없고 부모님이랑 겉으로는 사이가 좋지만 진지하게 좋은 것도 아니고 마음 한 켠에 낯설고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있었는데

나를 그렇게 맑은 마음으로 챙겨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 만나니까 힘든 일들도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정서가 좋아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쓰고 싶었던 주제는 내가 옛날부터 정말 좋아하는 웹툰이 있는데 이번주 화에 차우리라는 캐릭터의 이런 대사가 나왔다

난 늘 책임감에 짓눌려서 살았어 버겁고 외로웠어
20대를 마냥 즐기고 살진 못했어 늘 일을 했고 집안 생계를 걱정했지
그게 내 결핍이 되고 열등감이 됐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동시에 내 자부심이 되기도 했어
뭐 대단한 걸 해낸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인생 하나는 책임지고 살았잖아
월세 내고, 밥 사 먹고, 세금 내고 최선을 다해 잘 살았다고 생각해
손에 쥐고 태어난 게 많아서 걱정없이 사는 애들 부러운 적이 왜 없었겠어
하지만 나는 이렇게 태어났고 그래도 적어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
보잘 것 없는 내 이 능력과 몸 하나로 나랑 우리 가족 지켜냈어 이게 내 유일한 자부심이야

이 대사를 보고 울었다 이렇게 인정해 주는 글을 보면 뭉클해서 항상 울게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사는 내 인생인데 남의 인정 구걸하려고 하지 말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을 알아주는 글이 있으면 따뜻해서 얼어있던 이성이 녹는 느김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다 너무 공감이 많이 갔고 이 대사를 쓴 작가님도 그런 경험이 있기에 쓸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나도 현실의 차우리지 이 세상의 모든 차우리들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