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순정 （흐르는 강）


[PK Heman] Evergreen （feat. 이지혜）


내가 처음 세상의 빛에 눈부셨을 때에도, 그 강을 흘렀을 것이다. 그 강은 생명을 싣고, 지독한 장마에도, 갈 곳 없는 은행잎 한 장과 길벗이 되며, 상 얼음 밑에서도 유유히 강은 흐른다. 모든 이 들이 슬프고, 웃고, 행복해하며, 괴로워해도 흐른다. 인위적으로 그 흐름을 막는다 하여도 그 강은 바람에 실려 모든 이 의 가슴에서, 따듯하든, 차갑든, 흐른다. 어디에든 누구나


나는 강이 좋다. 강이 내게 주는 이 신선한 강 내음. 바람, 그리고 그윽함, 마치 이 겨울 한 자락의 강은 모든 이치의 어머니인 냥 자비롭게 흐른다. 하지만 그 강이 내게 오늘 무엇을 선사해주는지 매일매일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저 순리를 따를 뿐,
경희가 나를 찾아왔다. 정말 뜬금없이 한 달 전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그녀 이었지만 나는 가끔 맘속으로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 가슴깊이 파고들며 사라질 때처럼 아무 말 없이 포옹하는 상상을 한다. 지금 이 강가 앞에서, 하지만 현실과 이상을 절대적으로 다르다.
-경희야 어떻게 지냈어.
경희는 내가오는것조차 모르고 있었는지 허망하게 강을 바라보다. 못내 내 숨소리마저 듣기 싫은 표정으로 내 쪽을 돌아보며 잎을 열었다.
-음……. 그럼……. 그렇고말고, 네 말대로 잘지 냈지.
팔짱을 끼며 그녀는 내게 말을 했다. 예전과 다른 말투, 다른 눈빛으로, 저 눈빛은……. 그래 슬픈 걸까?
-다행이다. 어딜 다녀올 거......,
그 찰라 그녀의 고운 입술 사이에서 잘 벼려진 비수 한토막이 내게 날아왔다.
-그럼, 네가 깔끔하게 내어주었으리 라고 생각해?
꿍!　머릿속에 울리는 단어 ‘내어주었으리라고??’ 내어주다니 무엇을 내가 누구에게 내어주란 말인가. 그녀는 시선을 고정한채 숙련된듯 빠르게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내 앞에 들이 밀었다.
-딸깍
환하게 빛나는 액정 속 세로로 줄서있는 내 이름들, 그녀는 강조하듯 핸드폰을 흔들며 내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내겐 한 가지만 보일 뿐 그녀의 약지에 자리 잡고 있는 내가아닌 사랑의 증표.
-지겹더라 하루에도 수십 통 매 시간 마다 한 달쯤 지났으면 알아차렸어야 하지 않아? 눈치가 없기로 작정을 했구나?
그 독기 어린 눈은 금방이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내 품으로 들어와 ‘많이 놀랐지?’ 하고 배시시 웃을 것만 같았다.
-이제 그쯤 해둬 네 착한 척에는 이미 신물이 났으니까. 그리고 알다시피 이미 나 네 여자 아니야
그녀는 핸드폰 을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왼 손을 쫙 펼쳐 들었다. 이미 눈치 챈 반지지만 이미 나는 패닉 상태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내가 패닉상태에 들어오고 나서 그녀의 입술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 이미 해석불가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내 마음은 이미 그녀를 향해있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이제 다른 여잘 찾아봐. 그렇게 죽을 거 같으면,
힘겨운 듯 흐리는 말끝.
-경희야…….몸은 어때?
애써 외면하고픈 용기 없는 한마디 정말 나란 남자는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구나.
-하…….
그녀는 할 말을 잃은 듯하였다. 그리곤 다시 독기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
-자, 정말 안쓰러워서 받아는 뒀다만 돌려는 줄게
맑은 공명음이 내 귓가에 울린다. 팅- 어딘가 널브러져 있을지 모를 나와 그녀의 사랑의 증표
-이제 착한 척 그만하고 뒤돌아서서 네 앞길 가 네 인생에 한 경희는 없던 거야
-몸은 어떠냐니까 너 감기 걸렸었잖아.
경희의 말에 외면한 듯 하다 말이었지만 대답을 얻지 못하였다 그녀가 누구와 지내든 간에 반지가 어딘가에 쳐 박혀 있든지 간에 그녀 에게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그녀는 포기한 듯 고갤 숙이며 뒤돌아서다.
-내할 말은 이미 끝났어. 잘 지내라 착한 척 그만하고
그녀는 내게 등을 보이며 손을 흔들곤 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봐온 풍경이지만 지금만큼은 슬프고 슬펐다. 그러고 보니 저기멀리 사람인영이 보이고 있었다. 검은 색 수트에 그에 잘 어울리는 옷맵시, 영준이 형이었다. 그는 네 쪽을 보다가도 이내 고갤 떨어뜨렸다. 그래 염치정돈있구나
-하 그래 영준이형이라면 믿을만해..........
나도 모르게 자기합리화 시켜버렸다. 정말 내 심정을 표현한다면 이미 울부짖어도 백번도 넘게 목청이 터져라 울부짖었을 것이다. 하필 왜 왜 그녀이냐고 땅을 치며 울부짖었을 것 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경희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 정말 솔직하지 못한 행동 후회할일이지만 이것이 나인걸 어쩌겠어…….
저 멀리 그녀는 그에게 기대어 한참을 서있었다 마치 나에겐 영겁의 시간과도 같았다. 둘이서 사랑을 속삭이는지, 슬픔으로 들썩이는 지모를 뒷모습이었지만 내겐 슬프기만 하였다 저리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인데도…….
-투툭 투두 두두…….
어느새 하늘은 검게 변하고 있었고, 그녀와 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솨아…….
그리곤 기다렸다 는 듯이 겨울비가 내렸다 그 차가운 겨울비는 내 마음을 치유해주는 듯 내 가슴을 흘러 내려왔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얻고 가슴의 떨림을 느꼈다.
이젠 정말 잊어야 하는구나.……. 그녀가 사라진지 얼마 후에 미미하게나마 느꼈지만 기어코 오고 말았다.
가슴에 흐르는 강이다. 차갑게 흐르는 강이다. 하지만 이 차가운 강 따위가 이 뜨거운 가슴을 과연 식게 해줄까?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아르바이트 시간에 급히 나온지라 사장님이 나를 찾는 핸드폰소리만 구슬피 울었다.






-한경희-

회상（너그러운 노을녘）





Kene Ann
Not Going Anywhere


언덕에 걸려 흔들린 구름들, 바람에 실려 나르는 영혼의 숨결, 그리고 그따스함, 노을 녘은 우리들에게 주는 무한한 것 들 중에 몇 가지들이다. 우리들은 노을에게 원하는 것을 누리고 노을은 그것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것이 우리가 노을 앞에 모이는 이유가 아닐까. 그 모임이 만남이든 이별이든 노을은 우리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우리들은 누리기 때문에,


나의 어릴 적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한방에 수십 명이 생활하였고 너저분한 친구들이 싫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이루어내는 동정의 눈빛이 싫었고, 기린반 아주머니가 우리를 벌레처럼 대하는 태도가 싫었다. 모두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8시에 자는 생활이 싫었고, 놀 곳이 이라곤 마당에 널브러져있는 낡은 놀이터 따위가 싫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찌나 더럽던지 아이들과 어울린 후에는 화장실을 꼭 들렀다. 뭐 나도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 중 하나지만 특히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여 지금껏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깊이 사귄 친구는 없던 것 같았다. 딱히 친한 친구를 말하자면 미란이, 홍란이 자매와 고아원 대표 장난꾸러기인 상윤이 정도였다. 하긴 그때에는 본능적으로 더러운 것 이 싫을 뿐이었지 아이들은 순수하고 착하여 탈 없는 고아원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었음에도 불고하고 이런 시골 고아원에서의 기억은 날마다 얼룩져가고 실증이나 있었다. 항상 같은 놀이, 같은 시간에 먹는 밥,（맛은 더더욱 형편없었다.） 그리고 군대처럼 짜여져있는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네모난 상자에서 흘러 나는 앓고 있는 빛...... 영원히 이런 삭막한 곳 에서 영원 할 것 같던 생활이 내가 9살이 되던 달 지현이를 만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저녁 6시 즈음이면 저녁 먹는 시간을 틈타 사라지고는 취침 시간이 다되어 돌아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단연 그 아이는 각 반 선생님들의 골칫거리 일 순위 이었다. 선생님들은 항상 저녁 먹기가 무섭게 그 아이를 찾기 바빴고 나는 그 광경이 한아이가 고아원에 들어오면서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지현, 그 아이는 고아원에서 자란아이가 아닌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하얀 피부에 처 진눈 또 힘도 그리 억새지 못하였다. 그리고 말수도 적어 항상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늘 밑에서 혼자 바닥에 그림만 그렸고, 더군다나 자주 아이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어 그 아이의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헌데 그 아이는 고아원에 익숙해지기보다 자기 혼자의 세상에 심취해 웃고 다니거나 가끔 울상을 짓곤 하였다. 나는 당시 호기심이 많아 짧은 인사나 여러 가지 말을 많이 걸어보았으나 아이는 항상 웃고는
-여긴 참 즐거운 곳이야. 그치?
-오늘은 해가 너무 우릴 노려보고 있어.
-아, 오늘도 편히 잤으면 좋겠다.
는 등 동문서답을 하기에 우리 고아원에서 몇몇 볼 수 있는 정신 장애아이거나 다른 특수한 사항이 있어 원래부터 그런 아이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의 그 오만한 예상은 얼마 가지 않아 깨져 버렸다.
5시55분. 나는 미란이와 함께 소꿉놀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5시59분. 마침 아기가 울 타이밍에 여느 때와 같이 상윤이가 급히 들어와서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우리에게 크게 소릴 질러댔다.
-애들아 얼른 저녁 먹으러 가자! 오늘은 스파게티 나온데 !!!
라고 큰 소리를 질러 산통을 깼고.
-정말?
하며 엄마 역을 맡고 있던 미란이는 울고 있는 아기를 내던지며 상윤이와 함께 급식소로 내달려 버렸다. 그리곤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혼자가 되어버린 나는
-에휴
하고 한숨을 쉬며 뒷정리를 하고 있었을 때다.6시 떙. 항상 같은 패턴.
-사박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
바로 창가 쪽에서 나는 조그마한 발자국 소리
-사박.사박.
일정한 간격을 두며 천천히 어디론가 향해가는 조심스럽고 은밀한 발자국. 때는 가을이라 떨어진 낙엽 덕분에 그 소리 주인공의 조심스런 행동에도 행적을 쫒을 수 있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나는 항상 같은 패턴만 반복하던 일상에 새로운 변화에 당황하며 좀 더 집중하기위하여 눈을 감고 소리를 귀 기울였다.
-사박.사박.사박
점점 다가오는 이 소리 소리에 맞춰 내 가슴도 같이 콩닥 콩닥 뛰는 것 같았고 여름도 아닌데 식은땀이 절로 났다. 발자국 소리? 나는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 유리창에 귀를 밀착 시켰다.
‘누굴까 선생님? 아냐 다른 선생님도 기린 반 선생님처럼 뚱뚱보니까 저녁시간은 절대 이런 뒷마당에서 보내진 않을 거야. 그럼 수위 아저씬가…….? 아냐 그 아저씬 항상 술만 먹고 고아원 관리 같은 건 하지 않아……. 그럼……. 원장 선생님인가? 아니지…….원장 선생님 이라면 속편하게 다닐 것 이지 이렇게 조심조심 다니진 않을 거야. 그럼 도대체 누구야?’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보며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때
-어흥!
-엄마야!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에 나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벌러덩 넘어 졌다.
-히죽
아니나 다를까. 흰둥이.（우리 고아원에서는 지현이의 별명을 이렇게 불렀다.） 그 놈이 내가 넘어진 것이 우스운 것 인지 유리창 너머로 웃고 있었다.
-웃지 마! 흰둥이 녀석!
나름 벌렁 뒤로 자빠진 나는 부끄러움 반 짜증 반석인 고함을 질러버렸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지현 이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말했다.
-넌 왜 저녁을 먹지 않고 여기서 있는 거야?
-오늘은 참 좋은 날이야. 그치?
또 동문서답, 이미 그 녀석과 일상적인 대화는 포기한지 오래지만 내 호기심이 허락지 않았다.
-좋긴……. 개미똥구멍이다!
-응? 개미똥구멍? 혹시 개미똥구멍을 본 적 있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아니 개미똥구멍, 개미똥구멍 본 적 있냐고.
-아니 그걸 내가 왜 봐야 하냐?
-오늘이 개미똥구멍이라며 개미똥구멍도 이런 상태야?
그 녀석은 정말 이상하게 시리도 시답잖은 주제에 집중하고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음…….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나쁜거 말할 때 쓰는 거니까 당연히 나쁜거 갰지. 아닌가?
-아니야 오늘 꽤 좋은날이야 햇빛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그리고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냄새는 좀 아니지만 말이야…….
-피식.
그 녀석 행동은 마치 내게 자신에 세계로 초대하는 손짓과도 같았고 난 또한 그 손짓에 반쯤 넘어와 있었다.
-하긴 우리 고아원이 좀 냄새 나긴해.
-아냐 가끔은 향긋한 냄새가 나기도해
-야 그건 도로에 피어있는 아카시아냄새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뿐이야.
-그런가 하긴 엄마 만나러 갈 때 마다 도로를 지나는데 내가 말한 냄새하고 같은 냄새가 나기도 했어!
-엄마!?
‘이 녀석 단단히 이상하다. 엄마를 만나? 만날 엄마가 있으면 고아원에 는 왜 있고 이 자리에 왜 있는 거지?’ 당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엄마가 잠시 이곳에 맡겨두고 간 거다 조금 있으면 다시 나를 찾으러 오겠지 하는 순진한 발상 따위는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나도 다른 아이와 마찬 가지로 나는 엄마라는 한 단어에 그리움을 갖고, 여러 가지 의구심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결국 한쪽손이 지현 이에게 포박당한걸 못 느꼈지만 서도.
-가자 엄마한테.
나는 지현 이에게 짤막한 이유만 듣고 그대로 끌려갔다. 베란다에서 뒷마당으로 언제 찾았는지 모를 개구멍에서 개울가로 개울가에서 한적한 도로를 지나 완만한 곡선이 있고 자잘한 풀들이 자리 잡고 있는 언덕에 다다랐다.
-자! 여기야!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났을지도 몰라.
-너희 엄마는?
-자리에 앉아봐. 그리고 눈을 감아
나는 저기 멀리서 손을 들고 있는 한 여인을 상상하였지만 지현 이는 엉뚱한 주문을 나에게 지시하였다. 하지만 지현이의 태도와 여느 때와 다르게 사뭇 진지하여 그에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그래 그리고 편히 숨쉬고
-후~ 하~ 그리고?
지현 이는 눈을 감고 있는 나의 머리를 작은 두 손 으로 살며시 잡고는 살짝 왼쪽으로 틀었다.
-이제 눈을 천천히 떠.
아까부터 불어오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내 눈에 거침없이 들어오는 화려한 여러 가지 색체, 완만한 곡선을 따라 내게 오는 저 빛은 마치 나를 애타게 기다려온 듯 한 빛이었고 나또한 애타게 찾던 빛 같기 도하였다. 파랗던 하늘에 물든 주황빛깔 노을 그것은 인자하면서 내게 감당 못할 그 무언가를 내게 한없이 주고 또 주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이 통증……. 그리곤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다.
-엄마.......
처음 본 듯 하지만서도 익숙하다. 예쁘기도 하지만 수수하다. 그리고 계속 그 품에 살고 싶다.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지현 이와 나에게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예전부터 가슴속에 꾹꾹 눌러온 그리움 자체였다.
-너한테도 보여?
-.......응,
나에게 태어나 그런 충격은 없었다. 생전 아빠도 엄마도 보지 못한 나였지만, 이젠 내게도 매일 볼 수 있는 엄마가 생긴 것 만 같았다. 따듯한 품 그 속은 한없이 넓어 이 순간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흐음…….
지현 이는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누었다. 그리고 나도 누었다.
-이쁘지?
-응. 예뻐
그리고 눈물이 맺힌 눈을 감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엄마의 등 을 쫒았다. 저 멀어져 가는 엄마를 향하여 손을 내밀기도 하고 엄마에게 함박웃음을 지어보기도 하였다. 엄마는 내게 소리로 얘기하지 않지만 내겐 다 들린다. 세상 누구 보다 사랑한다고, 세상 어느 것 과도 너와 비교할 수 없다고, 너 없는 이 세상은 없다고. 이내 맺힌 눈물은 누운 채로 내 볼을 타고 흘러 내렸고 아이러니 하게도 내 얼굴에선 웃음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이대로 시간이 영원히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만남의 시간은 멀지 않았다.
-이제 일어나야지 해는 벌써 갔어.
내게 만남의 기회를 주었지만 이별 또한 이 녀석이 내게 주었다.
-응? 벌써?
-벌써가 아니야 해를 봐봐
어느새 더 이상 해는 보이지 않고 어둠만 깔려 별빛이나 조금씩 반짝거리고 있었다.
-자. 이제 돌아 갈 시간이야.
지현 이는 아니 흰둥이는 나를 달래듯 말하였다.
-싫어. 여기가 더 좋아. 고아원 보다, 친구들보다, 여기 있고 싶어.
그렇다 이대로 영원히 그 자리에 서서 살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생각지 않고 그대로 누어서 엄마와 함께 있고만 싶었다. 여린 마음.
-안 돼. 이미 고아원은 우리 집 인걸.
이 녀석은 나를 달래고 있었다. 확실히 내가 왜 이 녀석에 이끌려 다녀야하지? 내가 모자란 게 뭐라고 내가 이 녀석보다 친구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그리고…….그리고
-가자 해가 없을 때는 추워 투정 부리지 말고.
-싫다고! 엄마하고 있고 싶어! 아니 엄마가 보고 싶어…….
왜 울었는지 는 모르겠다만 아니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밤에는 흰둥이에게 안겨 울었다 눈물은 멈추질 않았고 흰둥인 고갤 숙이고 혼자 울고 있는 나를 꼭 끌어안고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를 안은 적은 처음인데, 아빠가 그러는데 여자는 꼭 끌어안는 거보다 살며 시 끌어안는 걸 좋아한데 맞아?
-아니
나는 흰둥일 꼭 끌어안고서
-난 꼭 끌어안는 게 좋아. 아빠한테는 경희는 꼭 끌어 안는 게 좋다고 말해줘
-말 안 해도 위에서 알아 들으실 거야
흰둥인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도 꼭 끌어안았다. 별은 반짝였고 내 9살생에 처음으로 엄마를 만난 날이자 영원한 소울 메이트를 만난 셈이다.


노을은 우리에게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노을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준다. 그리곤 서서히 멀어져 내일을 기약하면 사라진다. 자. 이제 노을에게 받은 것을 어떻게 하는 가는 당신 몫이다.

고마워 지현아.



-한영준-


결별（골목 돌담에서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소리）


-다음에- 보거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