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 41 -











태희를 따라서 어느 큰 병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아주 천천히..

마음은 쿵당 쿵당 뛰는데 이렇게 급박한데 내 몸은 이렇게 느리다.. 걸음조차 너무도

느렸다..


보기 싫은 걸까 두려워서...? 기억을 잃어 간다는 민선이를 봤을때 나를 몰라볼까 두려워서?

아냐, 그건 예전에 잃었을때 많이 겪었어 이제 두려움도 남아 있지 않아..


근데 왜 이리 느려터진걸까 걸음이.. 나는 뭐가... 두려운 거야.....


태희는 앞장을 서서 걸어가면서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


" 힘들면 안 봐도 되요 언니도 선배가 자길 보길 원치 않을지도 모르니깐요.."

" 아니.. 볼래 괜찮으니까 앞장 서줘.."


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나중에 민선이를 보고 뭔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도망갈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할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젠 도망갈수도 없어.. 이제 도망가면 또 다시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나는거니까..

또다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긴 싫었다.. 다시는.. 절대로.....


난 그렇게 굳게 다짐을 했고 두려웠지만 떨렸지만 그래도 한발 한발 걸어갔다..

겨우 도착한 병실 앞...



"201호"



문고리를 잡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 나,

태희는 그저 묵묵히 내 옆에서 조용히 있었다..


선택은 내가 하는거 니까 말야..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사람들이 없었고 침대 하나를 둔체 텅 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위에 누워 있는 민선이가.....보였다,


입에 호흡기를 끼운 그녀를 보고 멈칫했다,


" ....."

" 선..배? 괜찮아요?"

" 수술 한거야?.. "

" 네에 상황이 심각하니깐요.. 이렇게 라도 기억을 잃어 가는걸 느리게 할수 밖에 없어요.."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수술을 끝낸 모습을 보고 난 제대로 볼수가 없어서..

고개를 떨구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수술을 도대체 인생에 몇번을 하는거야...

모든게 나 때문이다.. 민선이가 이렇게 된것도.. 민선이가 이렇게 아파하는것도..

모든게 나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만나지 않았으면..

그때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때 웃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때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때 ....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너무도 죄책감이 들어왔다 가슴에 콱하고 박혀서 떨어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어째서 나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거야..

어째서....


" 연호씨 왔네요?"


어느새 뒤쪽에 가만히 서 있는 진석씨가 보였다,

그는 잠을 잘 안 잤는지 눈가가 어두웠다... 하기야 진석씨도 민선이가 걱정됬겠지..

난 그저 펑펑 잠만 자고 미워했으니 원...


" 민선이.. 어떻죠?"

" 태희씨 한테 들었겠지만 지금은 수술을 통해서 기억을 잃어가는걸 느려지게 할수밖에 없어요.."

" 심각한가요..?"

" 지금 당장 심각한건 아니예요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는거죠 그리고 요새 증상이 보였어요.."

" 증상..이라면.."

"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사장님이 오셨나봐요 사장님은 민선이가 걱정되서 왔지만 민선이는 삼촌을
몰라봤죠.. 그리고 몇분뒤 다시 알아채고 말았죠.."



그정도란 말야? 벌써...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거구나...

수술을 해서 그걸 늦혀지고 있다고 하지만 ... 언젠가는 나도 진석씨도 전부...

잃게 되겠지... 기억하지 못 하겠지..


" .. 미안해요 나 잠시 화장실좀..갔다올께요.."

" 선,선배.."


쿵!..




문을 등지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민선이와의 추억이 머리속에 떠 올랐다...

웃던 그날 울었던때 화냈을때 기뻐하던 민선이.. 불꽃놀이....

자꾸 자꾸 사소한 기억까지 민선이와 관련된 기억이 전부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주룩 주룩 흐르고 있는 눈물을 막을수가 없었다..


이처럼 아픈적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누군가가 아파서 내가 울어본적이 없으니까..

소중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3년동안 그녀를 떠난게 너무도 미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미안했다..

그녀에게 해준게 없어서 웃게 해준 날들이 별로 없어서 기쁘게 해준날이 별로 없어서..

걱정만 끼치고 맨날 화내고 퉁퉁 거리고 삐지고 ... 그런 날이 많아서..


너무 미안했다...




하느님이 원망 스러웠다..

그렇게 믿었던 하느님이 예전에 교회를 다니다가 안 다녀서 이렇게 벌을 주는걸까..

너무 가혹하잖아 .. 이건 .. 너무...

원망스럽다.. 차라리 나한테 아픔을 전부 주지.. 그녀의 고통을 전부 나눠주면..

좋겠는데...........







그날을 뒤로 난 민선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뒤로 하고 가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고

아무하고도 얘기 하지 않고 학교도 안가고 알바도 다시 때려쳤다....

그저 방안에서 누워만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면 술에 쩔고 그런 폐인 같은 하루를 보냈다....

속이 매웠지만 이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 같다.. 민선이가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알기에...






포장마차,






사람이 별로 없는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만 마시고 있는 나..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돈만 있으면 술만 쳐 먹어댔다..

그렇게 쓰다던 술까지 먹었지만 아무리 속이 써도 쓰라려도 만족이 안됐다..

아파왔지만 그녀의 비해 별로 아프지 않았음을 알기에..



" 으으..."


술잔을 비워가면서 정신을 잃어갔다..

몸이 흔들 흔들 거렸지만 겨우 의자 앉은 체로 버텼다..


뭐야.. 왜 쳐다보는거야? 술취한 사람 처음 보나? 칫,

이정도로 부족해 ... 이정도 아픔갖다 부족하다고!!!...





" 선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술 취한 얼굴로 목소리가 들렸던 뒤를 쳐다보았다

뒤에서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여 대학생이 보였다..


" 에에.. 이거 누구야... 태희잖아!!?"

" 술 냄새.. 뭘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 여기 앉아봐~ 한잔 따라줄께 너도~"



태희를 자리에 앉히고 헤롱 헤롱 거리면서 술을 잔에 따랐다

그리고 술잔을 태희에게 건내주었다..


" 마셔~"

" 안 마셔요 술 먹지도 못하는거 아는 선배가 왜 이래요.."

" 그,그랬나? 하하.. 그럼 내가 마시지 뭐"


홱-


술잔을 비울려는 내 손을 태희가 잡으면서 술잔을 땅 바닥에 버렸다,



" 에에!? 뭔짓이야!!!"

" 선배! 정신좀 차려요!! 갑자기 사라져 놓고 이렇게 폐인처럼 생활하고 있었어요!? 네!?"

" 너랑.. 상관 없잖아..."

" 왜 이래요 사람이.. 아무리 언니가 저렇게 됐어도 꿋꿋히 버틸 선배 잖아요! 이러면 언니도 힘들꺼라구요!"

" 너가.. 민선이 고통을 알기나해!? 난 말야 저렇게 될지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어! 3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찾을생각도 하지 않고 도망쳤다고!! .. 그런 내가 민선이를 볼 면목조차 없는내가..
내가......"

" 취했..어요.. 그만 마시고 저랑 같이 가요.."



태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옆으로 와서 팔을 부축했다

...





어렵게 내 팔을 부축하면서 걸어가는 태희 그녀는 아무 힘들다는 소리 조차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걸어갔다... 무거울텐데..



" 왜 이러는거야..너는.."

" 이유는 말했잖아요 저번에 .. 좋아했던 사람이 이렇게 폐인처럼 되어 있는데 저라도 노력해야죠!"

" 니가 나를 좋아해봤자.. 나는 ..."

" 알아요 답이 없겠죠 나한테 희망은 없겠죠.. 그치만 1% 라도 믿고 싶어서 이러는거예요.. 희박하지만
그래도 선배가 힘들때 나한테 기대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나한테 조금만 기대어 준다면 그걸로......
이유가 될테니깐요.."

" 뭐야 그게..."

" 선배.. 힘들더라도 도망치지만 말아요 넘어지면 제가 이렇게 부축해서 다시 세워 드릴테니 제발
도망가지만 말아요 그럼 얼마나 전 찾아다녀야 하는지알아요? 선배가 이러면 저부터 다른 사람까지
걱정하고 힘들어 해요.. 다시 이러지 말아요 다신 도망치지 말라구요..."



고개를 천천히 들어서 태희의 얼굴을 보았다... 옆 모습이 잠시 동안 민선이로 .. 보였다..

강하구나 .. 윤태희.. 민선이처럼 너도 강해...


" 그래도 좁은 어깨로도 선배를 부축해서 데리고 가는거니까 기대는거 맞죠?"

" 하..하하..하하하... "

" 헤헷.. 웃겼어요?"

" 하...하.....하하하............................"

" 선...배?"




태희는 내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어깨에 더욱 힘들 주어서 걸어갔다..

내 눈가에 닭똥같은 눈물이 계속해서 땅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












다음날,












" 으으....."




어제잠 술을 엄청나게 먹어대서 그런지 머리속이 돌덩어리가 든것 처럼 아파왔고 무거웠다..

어렵게 정신을 차렸지만 몸을 움일수가 없었다...


그저 눈만뜨고 천장만 보고 있을뿐.......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자버렸구나...


이제 나는.. 어쩌지... 또 다시 술에 쩔고 살아야 하는건가?..


......................

.....


" 다신 도망치지 마세요"


............



녀석.. 어린 녀석이 어른 같이 말하네...


어제 태희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 이대로 다시 술을 먹으러 가면 난 정말 바보가 되겠지..

또 다시 태희한테 어제 처럼 무거운 나를 업고 부축하는건 보기 싫었다..

어제 나는 정말 비참했기에... 여자한테 부축하면서 까지 술에 쩔고 말야....


하아...





하지만...

어쩌지...








다른 일을 해야 하는걸까... 다시 알바나 찾아볼까... 아님

학교를 다시 다녀야겠지... 모든걸 원상태로 돌려야만 하겠지...


힘들겠지만 해야 하는 일이겠지... 해야만 하는거야...

태희가 말했던 대로 라면 말야..





" 띠리리리리링"



그때 마치 핸드폰으로 누군가 전화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잘 움직일수 없는 나는 주머니를 뒤적 뒤적 거렸고 그 속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모르는 번호 인데...


..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연호씨?"



남자 목소리.. 굵직하면서 젊은 남성의..... 진석씨 구나..



" 진석씨?"

" 맞아요! 어디있어요 지금 !!?"

" 집인데요.."

" 아 정말 핸드폰도 꺼져 있어서 얼마나 걱정한줄 아세요!!?"




그러고 보니 핸드폰이 왜 켜져 있지? 난 분명 꺼놓고 주머니속에 쳐 박아 두었는데..

어제까지.. 그랬는데...


태희가... 그랬나.....

나참.. 여러가지도 나를 놀라게 한단 말야...



" 미안해요 사정이 있었어요..."

" 잠시 병원에 오실수 있어요? 얘기도 하고 싶어서요"

" 지금은 안되요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요.."

" 그런..가요? 아참, 민선이 깨어 났어요!"

"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거..."

" ......"



잠시 전화기속에서 말이 없어진 진석씨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 여보세요~"


잠시후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밝으면서 낯익은 목소리가....

그 목소리는 바로 내 가슴을 움찔하게 만들었고 심장을 쿵쾅 쿵쾅 느릿하게 뛰었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 민..민선..씨?"

" 연호씨~ 어디 있어요 설마 나를 두고 또 떠날려고 한건 아니죠?"

" 미안해요 잠시 방황좀 했어요.."

" 나 때문에요? 에이~ 그것참 벌을 받아야 겠네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찾아 오지도 않구 .."

" 민선씨도 내가 병실 있을때 찾아 오지 않았잖아요.."

" 아,하하.. 그랬지.. 있죠 연호씨 오늘 시간 있죠?"

" 시간..이요? 그건 왜..."











" 데이트 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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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편이 마지막 일꺼 같네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꼐 감사합니다..




내일 6시에 올리도록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