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정말 미안한데 나 혼자만 끙끙 앓고있다가 너무 속이 상해서
형들은 어찌 생각할 지 싶어 새벽에 글쓰고 있어

여자친구랑은 600일 넘게 사귀고있는데 작년쯤 여자친구가 나 몰래 클럽을 간 문제로 크게 싸우고 헤어질 위기까지 맞았어
나는 여친을 믿고, 클럽이 나쁘단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남자들은 아니잖아.
필연적으로 몸을 비비게 되고 더듬는 그 곳이 나는 너무 싫어서, 가지 마라고 한 곳을
굳이 몰래 갔다는 사실에 너무 속이 상해 헤어지자고 했지.

그것도 나한테 들킨 것만 세 번이고 나머지는 얼마나 갔는지는 나도 잘 몰라
그 때 다시는 클럽같은 곳 가지 않겠다고 미안하다고 하며 애원하는 여친을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지금까지 정말 잘 사귀어왔거든?

그런데 내가 오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어

여자친구가 어제 나한테 카톡으로 "친구를 만나 가볍게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몸이 안좋아 일찍 쉬러간다"고 했고
난 알았다고 했지. 그리고 몸이 안좋은 건 좀 괜찮나 싶어 나는 여친에게 밤에 전화를 했는데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는 곳에 있더라고.

나는 모르는 척 하며 "집이야?" 라고 물었고 여친은 "응 집 화장실이야." 이러더라고.

나는 어차피 오늘 데이트를 하는 날이니 직접 물어보자고 생각하며
어제는 그냥 "그래 알았어 잘자" 이러고 전화를 끊었지

아니나 다를까, 오늘 만나서 추궁을 해보니 여친이 하는말이
"카페에서 술집을 가게 되었는데 좀 늦게까지 있게되어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미안하다"
이러더라고. 나는 작년에 있던 일이 갑자기 오버랩 되며 클럽이 떠올랐지만.. 일단은 더이상 추궁을 하지 않았어.

우린 장거리 커플이고, 난 자취를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여자친구가 놀러와서 자고가는데
오늘이 마침 그 날이라 여자친구와 밤에 우리집을 왔어.

여자친구는 어제 술 마신게 좀 피곤했는지 일찍 자더라고

그런데 나는 너무 신경쓰이는거야.
'지금까지는 친구들과 술 마시면 마신다고 꼬박꼬박 말 해주던 애가 왜 어제는 굳이 거짓말을했지?' 이러면서말이야.
그러다 여친의 핸드폰이 눈에 들어오더라.

정말 해서는 안되는 짓인데, 악마에 홀린 듯이 카톡을 열어보았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클럽을 갔더라.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읽어 내려갔어
그리고 내가 발견한 정말 실망스러운 사실은 아래와 같아

1. 어제 클럽을 갔는데, 남친한테는 일찍 잔다고 거짓말을 했다.
2. 그리고 일주일 전에도 나이트를 갔는데, 남친한테는（나한테는） 동기와 술집에서 술만먹고 집에 간다고 했다.

우선 여기까지만 봐도 작년에 절대 클럽을 가지 않겠다고 했던 여친의 약속이 깨진거지
이쯤되면 솔직히 내가 발견한 것만 두 번인데 더 이상 가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없더라.

그리고 또

3. 헤어지면 걔가 아쉽지 （나를 일컫는말） 내가 아쉽겠냐?
4. "남자는 군대로 한번쯤 꺼져야돼" 라는 여친의 친한 친구의 말에 "아 근데 걘 공익이야 시발"

내가 몸이 안 좋은 곳이 있어 공익판정을 받았는데,
판정을 받던 당시 여친은 그리 좋은 기색도 나쁜 기색도 아니였던 점에 나는 위화감을 느꼈었어
그런데 4번에서 잘 드러나더라. 군대에 가있으면 마음껏 클럽 갈 수 있다 이런거지.

우선 대략적인 고민 내용은 이래. 카톡을 차마 더 뒤져보진 못하겠더라 （이미 뒤질만큼 뒤졌다고 욕해도 좋아.）
두서없이 글을 막 적어내려가서 정말 미안한데, 나 혼자 생각하고 고민해보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글을 써봤어

사실 내가 지금 가장 갈등 되는건, 여친이 나 몰래 클럽을 갔다는 사실보다
"나는 병신같이 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봐서 굳이 여친의 행적을 캐냈느냐." 이 부분이거든?
역시 내가 잘못한걸까? 그냥 나만 모르고 지나갔더라면 늘 그랬듯 행복한 연애 할 수 있었을텐데..

나만 카톡을 열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나만 모르는 채로,
600일이 넘은 지금까지 잘 사귀어 왔듯 그냥 쭉 연애할 수 있었을텐데..
왜 굳이 열어봤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이루겠어.......,,

3줄 요약.
1. "여친이 클럽을 간건 간거다. 작성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은 어긴 것이니,
솔직하게 여친에게 몰래 카톡을 봤다고 고백한 뒤 향후 관계를 고민해봐라."
2. "여친의 카톡을 본 것 자체가 네 잘못이다.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실인데
왜 굳이 몰래 핸드폰을 뒤져 스스로 파경을 맞이하려 하나?"
3. 형들은 내가 1번과 2번 중 어떤 선택을 하면 좋다고 생각해?
1번과 2번 외의 또다른 의견을 내주어도 좋으니 제발 댓글좀 달아줘..

카톡을 몰래 열어본 것 자체가 여친과의 신뢰를 져버린 것인지,
아니면 나와의 약속을 깨고 클럽을 몰래 간 것부터가 신뢰를 져버린 건지
선후관계가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제처럼 너무 정리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