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는 '조직'의 식당에 있는 주방에 있었다. 조직의 거점인 이 지하에는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식사도

그만큼 대규모이다.

주방장들이라면 여럿있지만 아미는 식당보조로 지원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도와준 은인들에게 보답하려면 이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아미는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홀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보답하기 위해.



경제도시. 그곳은 이름 그대로 경제에 특화된 전문도시이다. 전문도시란 한분야만을 집중시켜 놓은 도시이다.

니플하임이 문화와 관광의 도시였든이 경제도시는 경제의 총집합체이다. 전문도시는 특화된 분야에 투자하느라 기본적으로

능력자들의 전투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기에 니플하임이 나탈에 의해 괴멸된 것이다. 그런 전문도시인 경제도시에 '신'이 발을 들여놓는다.

"이곳에는 과연 어떤 검이 있을까?"

아다스는 검은가죽옷으로 상하맞춰입고 은목걸이, 은반지, 은장식등 화려한 은색을 뽐내는 복장에 허리까지오는 긴 장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도시에 들어왔다.

검을 사냥하는 자이지만 정작 본인은 검한자루 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검을 찾아나선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검술사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게 지금 그의 바람이다.

"……지겹군. 이 생활도. 언제까지 이렇게 검을 휘둘러야 되는 걸까?"

아다스는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경제도시에 들어온 무트일행은 일단 검을 든 사람은 모조리 찾아보기로 했다. '신'이 아니라면 그 사람은 위험하다.

표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시는 경제에 특화된 전문도시이기때문에 검을 든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러가지 의미로 다행이지만 그렇다면 녀석이 도시를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

폰이 무트와 함께 달리며 말했다. 옆에서 달리는 무트도

"그렇겠군. 그렇다면 녀석의 눈에 띄게 검을 들고 다니는 게 좋겠지?"

무트는 오른손에서 성검을 소환한다. 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대다가 죽지나마라."

그때 폰과 무트의 귀에 꼽혀있던 무선이어폰에 연락이 들어온다.

『방금 검을 든 검술사 한명을 발견했어. 지금 바로 도시 밖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겠어.』

"OK 로아. 그대로 계속 수고해줘. 우린 이대로 '신'을 찾는데만 집중할테니까."

폰이 무선을 끊고 계속 달린다.

"어이어이. 그렇게 쉽게 말해도 괜찮냐? 우린 녀석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잖아?"

"바보야. 여긴 경제도시야. 거리를 좀 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융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그렇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유니폼은 거의 정장차림이지.

만약 눈에 띠는 복장이나 이 거리의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 볼 가치가 있지 않겠어?"

"그렇다면 일이 쉽게 풀리겠는 걸. 저길 봐."

폰은 무트가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거기에 있던 것은 정장차림의 사람들 속에 홀로 검은 가죽옷에 은장식을 한 눈에

띠는 사람이 있었다.



아다스는 몇시간째 도시를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검술사는 눈에 띠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제도시라서 전투에 특화된

능력자들이 그만큼 적은 것 같다.

수색을 포기하고 다른 도시로 가려고 하는 아다스의 앞에 나타난 소년들. 그때까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우울해져있던 아다스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기쁘다. 정말 기쁘다. 나타나주었다.

검술사가. 자신을 만족시켜줄지도 모를 검술사가 나타났다. 아다스는 표적과 마주섰다. 이제 시작이다.

이런 생활을 청산하고는 싶지만 몸은 여전히 싸움을 원하고 있다.



"저기 너 말이야.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

"너 이 도시사람이 아니지? 소속을 밝혀. 지금 검술사를 살해하고 다니는 능력자가 있어서 경비가 삼엄하거든.

협조 좀 부탁해."

무트와 폰이 서서히 아다스에게 다가간다. 이 사람은 검을 들고 있지 않다. 몸 어디에도 칼집이나 검을 보관할만한

도구가 전혀 없다.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폰과 무트를 향해 섬뜩한 섬광이 가로지른다.

당황한 무트와 폰은 재빨리 뒤로 피한다. 섬광이 사라진 곳에는 섬짓하게 날이 선 한자루의 대검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검한자루 쥐고 있지 않았는데. 역시 이 녀석이 범인이군."

"소환계능력자인가? 검을 소환하는 건 보지 못했지만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밖에 안 떠올라."

무트는 성검을 아다스에게 향한다. 그 검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다스가 말한다.

"넌 검술사냐? 하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다스는 가죽옷에 달려있는 주머니에서 사진한장을 꺼낸다. 그리고는 무트와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렇군. 네가 바로 나탈을 쓰러뜨렸다던 그 '병기'인가? 이거야 원. 거물을 만났군."

"……."

"역시 난 운이 좋은 건가? 나탈조차 쓰러뜨리지 못한 상대를 내 검으로 꺾어버린다는 거로군. 재밌어 재밌군 아주 재미있어!!!!!!!"

"이봐 폰. 내가 녀석의 움직임을 막을테니 넌 등을 노려."

"OK! 맡겨줘."

무트와 아다스는 서로를 향해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동시에 검이 격돌한다. 여러차례 맞부딪힌 공격끝에 서로의 검이

맞물려 힘겨루기상태에 들어섰다. 한 사람이라도 서뿔리 움직임을 흐트렸다간 그순간 바로 치명타가 날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무트와 폰이 노리던 것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아다스의 등뒤로 압축된 바람을 밟아 터뜨린

추진력으로 스피드를 올린 폰이 적의 등을 바로 노린다. 완전히 빈 등. 나탈의 바람의 검이 그의 등을 꿰뚫는다.



푸직!!!!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땅에 떨어진다.

"크, 헉?! 이럴수가…."

꿰뚫린 것은 폰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아다스의 등. 그의 등에서 한자루의 검이 튀어나온것이다.

그리고 검은 다시 아다스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털썩하고 쓰러진 폰. 무트는 이 사태를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몸 안에서 검을 소환했다…? 아니야. 뭔가 달라. 일반적인 소환계열능력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크크크. 너희들은 내가 검한자루 없이 어떻게 수많은 검사들을 없앴다고 생각한 거지? 난 검을 안쥐고 있는 게 아니야.

내 몸에 보관해놓은 거다."

"몸안에?"

"아.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난 '천검（千劍）'아다스라고 불리고 있지."

뿌지직!!! 아다스의 몸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온 검들이 무트를 벤다.

"크, 헉!!!"
"난 내 몸안에 천개나 되는 검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이야!"

검의 궁극에 선 자는 쓰러진 자들을 보고 처절하게 웃는다. 마치 천개나 되는 검의 무덤에 서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주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