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0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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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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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에 이런 짤이 올라와있던데 내 얘기도 해보고 싶어서 글을 써
나는 지금 이 짤의 현재진행형이야.
여친은 22살 난 29살이고 이제 며칠뒤면 곧 300일이네.
여친이랑 내 집은 1시간 반 거리인데
사귄 첫날부터 지금까지 만난날은 하루도 안빼고 매일 집에다 데려다 줬어.
나 20대 초반 철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일이었는데
이게 정말 사랑하니까 가능하더라
짤까지 앞으로 6년 남았는데
몇번이나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도 나도 가능할 것 같아.
현여친을 만나기 전, 난 한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어.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용기내서 고백하고.
언제나 끌려다니고 해달라는 건 다 해주고 맞지 않으면 날 비틀어서라도 상대방에 맞췄지.
헤어질때도 항상 웃으면서 헤어졌어. 친구로 지내자. 더 좋은 여자 만나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차이는 거나 다름 없었지.
어쩌면 나혼자 사귀고 있었다고 생각한 걸지도 몰라.
상대방은 그냥 날 이용해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 그렇게 치면 난 그때까지 모솔이었던걸까.
그런데 지금 만난 여친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한테 먼저 대시한 사람이야.
나이도 7살이나 내가 더 많고 난 얼굴도 잘생기긴 커녕 오히려 못생긴 편에 속하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예쁘다는 소리 듣고사는 현 여친이 무슨생각으로 내게 그랬는지는 몰라
물어보니까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대
아무튼 난 집이 힘들어서 일하다가 늦게 복학한 나이 많은 복학생이었고
여친은 19학번으로 입학한 신입생이었는데
난 그래도 나름 모두와 친하게는 지내고는 있었지만 나이 많은데 괜히 애들 노는데에
끼어들려고 했다가 안좋은 소문 퍼질까봐 선을 그어놓고 지내고 있었어.
그런데 교양 수업에서 처음 알게 된 현 여친이 먼저 내 인스타에 팔로우를 걸고
먼저 둘이 같이 영화도 보러 가자고 하고 밥도 먹으러 가자고 해주더라
영화는 헬보이를 봤고 밥은 홍대의 어떤 닭갈비 집에서 먹었었는데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놀랍게도 나와 세세한 부분까지도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은 사람인거야.
이 사람은 정말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그 누구와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이가 7살이나 차이남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와 만나보면 정말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썸을 타면서도 나는 나의 현 포지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선을 어느정도 그으면서 썸을 탔는데 현여친이 답답했는지
"당장 내일 고백 안하면 내가 먼저 고백해버린다" 라고 엄포를 놓더라
그래서 2호선과 4호선 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서
여친이 갈아타려고 내렸는데, 나는 지나쳐야 하는 역인데 얼떨결에 따라내려서
사람들이 없어진 틈을 타서 고백을 해버렸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할 정도로
바보같은 고백이었네.
그런데 여친은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하는 얼굴이더라 그게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때부터 정말 매일매일 현여친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던 것 같아.
매일매일 집에 데려다주고 그날이 왔을 때 너무너무 아픈데 단게 너무 땡긴다고 해서
카페인 없는 단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집에서 손수 강정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100일날엔 꽃을 좋아한다는게 생각나서 나보다도 더 큰 꽃다발을 주문해서 갖다주기도 했고
생일날엔 얼마전에 혼자 인스타로 반지를 뒤져보고 있길래 12월 탄생석이라는 탄자나이트 반지를 주문제작해서
선물해주기도 했지.
호구같아 보일지도 몰라. 맞아 난 항상 호구같은 사람이었어 언제나 갖다 바치기만 했지.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 여친은 절대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아직 20대 초반이라 용돈을 타서 쓰는데도 불구하고 그 돈을 모아서
커플 후드티를 사서 선물해주기도 했고 겨울에는 내가 롱패딩이 없다고 하니까
그 비싼 롱패딩을 사서 선물해주기도 하더라.
그렇게 많이많이 퍼다주면서 내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못만나는 날이면 매일같이 보고싶다고 말하고 잘생기지도 않은 내 셀카를 요구하더라
놀라웠어. 원래 연애라는게 이렇게 상호간에 오가는 일이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어.
그뿐일까. 솔직히 연인 사이에는 자신이 감추고 싶은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고싶어하지 않잖아?
그런데 우린 같이 걸으면서 자신의 치부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 털어놓았어. 여친이 정말 밝고 신나면 갑자기 길거리에서 춤도 추는 아이인데
그렇게 상처가 많은 사람인줄 처음 알았어.
학창시절에 정말 못된 애를 만나서 고생하고 그것 때문에 우울증까지 겪었는데도
그 애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일방적으로 노력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얼마나 짠했는지 길거리 한가운데서 울어버리기 까지 했는데
여친이 자기 얘기를 들으면서 울어준건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이 일들이 모두 300일 동안 벌어진 일들인데 보통 연애를 하면 콩깍지가 꼈다가 벗겨지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면서 정이 떨어져가기도 하는데
나는 정말 날이 가면 갈수록 사랑하는 마음이 부풀어가는 느낌이야.
이런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연애를 하면서 단 한번도 결혼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7살이나 어린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양심도 없게 요즘 같이 사는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해.
인터넷에서는 지금 그 시기를 잘 버텨야한다고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아직 결혼 안한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마 이 씨1발새끼야
라고 말할수 있을지 상상이 안되더라.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새벽감성이 터져서 뭔가 이 감정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
과연 나도 7년 뒤에 위의 짤처럼 그랬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저런 글을 쓰고 있을까?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이 사람과 헤어지게 된다면 다시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지금까지 이런 감정은 정말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해서 두렵기도 하다.
헤어지면 웃대에 나도 글을 올리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아마 그러지 못할 것 같아.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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