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 갔다가 어머니한테 듣고
개인적으로 충격받았던 일화다.



우리 교회에 조금 나이든 권사님이 계신다.

그 분이 늦게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어렸을 때 신동으로 유명했다.

나보다 한 4살인가? 많은데

어렸을 때부터 수학 방면에 기가막힐 정도로 천재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초등학교 저학년에 이미 중등 수학을 마스터 하고

심심해서 놀이로 수학을 하는 수준이었다.


진짜로 아이들을 놀라고 하면 만화 보고 게임 하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데

수학 문제집을 펴고 문제를 풀면서 노는 거다.

당연히 우리 교회 사람 뿐만이 아니라 근방 사람들까지

모두 이 아이를 천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니 보기도 싫은 수학을 그냥 즐거워서 한다니.

난 어렸을 때 그 형이 진짜 개충격이었다.

세상에 천재라는게 있다면 아마 그 형을 보는 줄 알았다.

교회에서 활동은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매주 얼굴을 보는 사이었고

무엇보다 공부를 '즐거워서'한다는 것 자체에 모종의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 형이 고등학교 때인가

갑자기 학교 자퇴를 했다.

이유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더라.

당시에 왕따 자살 문제가 엄청 심각해서

형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학교 찾아가고 난리를 쳤는데

어찌 어찌 마무리 되고 그냥 자퇴했다더라.



그런데 왕따 시킨 이유가 당시에는 진짜 황당했는데

'공부를 잘해서' 였다.

그 소식 듣고 나는 어린 마음에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 샘나서 일진들이 괴롭히는 조금은 학원만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다.



나와 나이차도 있고

대학이고 직장이고 하면서 집을 떠나서

사실 그렇게 깊은 이야기는 하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막연히

이 형이 나중에 좋은 대학가고 성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집에 와서 교회 가다가

그 권사님을 뵈서 짧게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와 함께 오는데

레알 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그 형은 내가 생각하는 천재가 아니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선 천재가 맞긴 맞는데.......우리가 생각하는 지니어스가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였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의 일종인데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에 무섭도록 몰입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 형이 수학에 몰입했던 건 그냥 똑똑해서가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였기 때문이었다.



자퇴한 이후에 당연히 검정고시나 수능을 준비했는데

번번히 시험을 보다 말고 뛰쳐 나오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유는....그냥 '사람이 무서워서'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이 몽땅 일어나 자신을 공격할 것 같다나.


하지만 권사님 부부는 아들에게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게 하지 않고

'우리 아들이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ㅠㅠ' 하면서 걍 기도만하고 끝냈다더라.



이후에 어찌 군대에 갔는데

놀랍게도 수학 문제집 일부분을 찢어서 동그랗게 말아서

안경집에 넣어갔다.

그런데 신병훈련기간 때

그걸 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거 어려운 문제다~ 나 잘했지~?' 이러면서 눈새짓을 하다가

걸려서 상담을 받는데

상담하던 사람이 애가 좀 이상하다.....싶어서 군대 내에서 상담을 받게 했는데

그때서야 뒤늦게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더라.



아스퍼거 증후군이 뭔지도 몰랐던 권사 부부는
그냥 조금 내성적이고 공부를 잘하던 영재 아이가
알고 보니 장애아라는 사실을 듣고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단다.


........아니 그 전에 자기 자식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 하지 못하고
무조건 방치 했던게 문제 같지만.......



다행이 군대는 면제 받고
지금은 서른 넘게 걍 중졸 백수로 사는데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밖에도 안나가고
오직 집에 틀어박혀서
그렇게 좋아하는 수학, 수학 문제만 줄기차게 풀고 있다고 하더라.


언젠가 교회 전도사님이 조금 사회 바깥에 내보내려고
상담을 하러 집에 갔는데
오자마자 자기한테 자신이 푼 수학 문제집을 보여주면서
'전도사님? 저 잘했죠? 라고 자랑해서 전도사님이
애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주여....할 정도였단다.


그 형은 아마 수학은 어느 대학 수준 정도로 잘 할 거다.
하지만.......그냥 수학만 잘할 뿐이라는 거........

나름 우상이었던 사람이었는데
오늘 어머니한테 근황 듣고 개인적으로 충격받아서 끄적여봤어



* 3줄 요약

1. 수학에 환장한 영재가 있었음.
2. 알고보니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3. 나이 서른이 넘도록 사회생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수학만 풀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