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장교로 십년 좀안되게 복무하고

사정이 생겨서 소령진급 들어가기 직전에

전역한 아재야

출신이나 군번은 신상보호를 위해 비공개할게

일단 제목 그대로 난 전역신고하고 나오면서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었거든

그 얘기가 다른 웃대인들에게 과히 폐가 되지 않을만한

얘기라 공유하고자 해

각설하고

내가 근무하던 사단에서 전역신고하고 군신분증을 반납한후

근처 직할대에 근무하는 동기좀 만나려고

위병소에 진입했어

위병 부사수가 접근하는데 일병이드라고

솔직히 군대에서 대위랑 일병은 계급차이가 많이 나잖아

그래서 반말로（당시 사복입고 있었음）

"여기 작전장교 좀 만나러 왔다"

이렇게 말했어

그랬더니 그 일병이 약간 불쾌한 표정지으면서

신분증 제시해 달라 저쪽에 주차하고 대기해 달라

작전과에 확인해보겠다 등등 민간인 부대출입절차를

그대로 행하는 거야

그 일병이 작전과에 확인전화하고 있는동안

기다리면서 약간 불쾌하드라 그러다가

순간 깨달음이 왔는데 뭐냐면

내가 군에서 대위라고 내 아래계급들을

내 아랫사람으로 생각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야

무슨 소리냐면 계급이 높은건 나보다 계급이 낮은사람에게

업무적인 지시를 할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줄뿐인 건데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람 그자체가 나보다 낮은 사람으로

무의식적으로 착각해 왔었다는 거지

현역으로 있을 땐 그걸 몰랐는데

전역하고 막상 민간인 대우 받아보니까 가슴에 확 와닿았어

그 생각이 딱드는데 난 인생 잘못 살아왔구나 반성이 되드라

내생각엔

지위 권력 돈 이런건 그냥 옷걸이에 잠시 걸어두는

옷이라고 생각해

사람 그 자체는 너도 나도 그냥 옷걸이일뿐이고...

때론 옷걸이에 비싼 수트를 걸어놓을 때도 있고

걸레 빨아서 말리려고 걸레를 걸어 놓을 때도 있지

그러니까 항상 나라는 사람 자체는 그저 옷걸이일뿐이고

내가 가진 지위나 권력 이런건 잠시 걸려있는 옷이고

나와는 별개의 것 이라는 걸 그때 크게 깨달았어

세상에서 문제가 되는 일들은 대개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과 나를 동일시 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보다 값싼 옷을 걸고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

그러다 그 옷을 뺐기고 옷걸이만 남게되면 항상 끝이 추해져...

지금은 해외에서 일좀하다가 귀국해서 뭐 하고 싶은게 생겨서

공부하고 있는데

혹시 잘 되어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더라도

지금 이 맘 잊지않고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아도

옷걸이 그 자체로 사랑받는

명품 옷걸이가 되려고 인성을 수양하고 있어 ㅋㅋ

주말이고 해서 뻘소리 써봤어

글재주도 없는데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