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1살 아재다.
뭐 번듯한 직장은 아니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다 작년에 아는 형님이 다니는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다.
월급이 엄청 많진 않지만 먹고살만하게 받고 있고 공휴일 다 쉬고 주4일 월화수목 만 근무한다.
주말에 시간도 많고 뭘해볼까 고민했는데
남들처럼 각종 자격증 공부를 해볼까 하다가 책보면 잠오는 스탈이라
결국 투잡을 하기로 했다.
근데 주말알바가 뭐 얼마나 있겠나
배달, 편의점, 백화점 등 주차알바 정도 밖에 안보이더라...
배달 알바 경력도 있고 치킨도 좋아해서 치킨집 3군데 면접 보고
그나마 시급 센 곳으로 알바 한지 2달째 되는 날이었다.
우리 가게는 주말에 총 배달이 4명인데. 사장님, 사장님 아버지, 나, 다른 알바 이렇게 배달을 하고 있다.
6시에 출근해서 맨 첫번째 배달이 조금 먼곳이라 투덜거리며 다녀오고 난 후였다.
다른 분들은 다 배달가고 내 차례의 배달을 봤는데 배달 어플（요기X）로 선결제되어 주문온 곳이었다.
XX 아파트 XXX동 XXXX호
......
?!
!!!!!?????
!??@!!@?!!?!!??!!?!!?!!?!?!!?!@??@!@!?@!?@!?@?????
아 이런 X발 ....
알바 하고면서 에이 설마 ㅋㅋ
진짜 그러겠어?
허허 아무리 이 지역이 좁아도 설마?
실제였다.
전여친 집에서 배달을 주문한것이다 （내가 알바하고 있는지는 절대 모름.）
꺼려졌다. 장장 5년을 만나면서 온갖 막장 드라마는 다 찍었던 전여친이었다.
결국 참 더럽게 깨졌고 파국을 맞이했다. 여자친구 아버지가 나에게 사과를 할 정도였으니.
여자는 좋아한다. 하지만 일정수준 이상 다가가기 꺼려질 정도의 트라우마 조차 선사해준 그 전여친이다.
전화번호를 보니 아마 전여친의 동생이 주문한듯 싶었다.
5년을 만났는데 그 가족들이 내 얼굴을 모를리가 없잖는가...
하지만 뺄수도 없는 상황
어쩔수 없이 치킨을 들고 배달을 갔다
가면서 수없이 많은 생각이 오갔다
주로 어떻게 하면 안 들키고 건네주냐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배달어플 선결제 주문이라 그냥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점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했고 헬맷을 그대로 쓴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다행히 전여친이 아닌 전여친의 동생이 보였다.
내가 함께 분양받아준 고양이도 날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던지듯이 문뒤에서 치킨만 건네주었다.
인사를 할 새도 없이 내 몸은 엘리베이터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내가 꿀릴건 없다. 사회적 인식으로나, 월소득으로나, 헤어질때의 잘잘못 까지도 나는 당당했다.
근데 그 상황이 쪽팔렸다. 공식적으로 깨진 1년여만에 마주친게 치킨 주문한사람과 치킨 배달 알바라니...
번듯하게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전여친이나 가족을 만났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우리 치킨집 사장님은 BMW 타고 다니시긴 한다.） 현실은 나는 알바였고...
결국 동생양 전화번호로 내가 일하는 날에는 치킨 주문을 하지 말아 달라는 문자를 남기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씁쓸하다.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라 했는데
나는 아직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이루려고 노력하는 단계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서비스직이 뭔가 을이 되는 기분은 어쩔수 없는것 같다.
하소연 할 곳이 없어 13년째 눈팅하고 있는 웃대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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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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