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1화-


“덜컹!”

옷장에서 소리가 난다. 소년은 도포를 입고 있다.

“빠드드드득….빠드득빠득….”

무언가가 옷장 안에서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난다. 소년은 옷 매무새를 바로 하고 있다.

그리고….

“끼이이이이익……”

옷장 문이 열렸다. 소년이 옷장 안을 쳐다봤지만 그 안에는 어둠만으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옷 매무새를 보는 순간

눈알은 없고 검은색 피눈물이 흐르는 몰골을 한 여성이 소년의 다리를 잡고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소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옷 매무새를 정리 한다.


“세이메이님!! 세이메이님!!!”

“….”


밖에서 누군가가 소년을 부르는 소리가 난다.




눈이 떠진다.
아침이 밝았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 한번 펴보지 않고 머리맡에 있는 도포를 입기 시작한다.

“덜컹!!”

옷장에서 소리가 난다. 소년은 도포를 입고 있다.

“빠드드드득….빠드득빠득….”

무언가가 옷장 안에서 손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소년은 아래만 보며 옷 매무새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끼이이이이익……”

옷장 문이 열렸다. 소년은 이미 문 앞에 서 있다.

“…..”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침묵을 깨는 신호가 들린다.

“세이메이님!! 세이…”

말이 채 끝나지 않고 문이 열린다.


“갑시다.”

“아니..어떻게…”

“급한 것 같으니 서둘러야지요”

“고…고맙습니다…..”

“비가 오겠군…”


소년은 신을 신고 발걸음을 내딘다. 도롱이는 챙기지 않는다.


“비가 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도롱이는 안 챙기시나요?? 날씨가 멀쩡해서 그런가….?”

“지금 그게 중요하오?”

“아…네!!”


잠시 후

“조선의 세이메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지 마시게! 자네 세이메이가 뭔지 모르나??

“내가 세이메이를 모를리가 있나?? 일본 최강의 주술사인 아베노 세이메이 말이여!!”

“그리도 잘 알고 있으면서 감히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말이 되나 자네? 아무리 외놈 이라지만 세이메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걸 알고서도 감히 세이메에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헛소리지 아니면 뭔가?”

“그게 말이여 드디어 조선에도 천재 주술사가 나타났다는 말이지!! 신선이 나타났다고 신선이!!!”

“아 요즘 세상에 무당은 무당대로, 도사는 도사대로 노는 판인데 주술사에다 신선까지 뭐 이젠 별 놀랍지도 않구만! 그 자식들이 한 것이 뭐가 있다고 그래? 그 녀석도 결국엔 사기나 치려고 온 놈 일걸세!”

“아 귀신들 잡는다고 하지 않는가?”

“내 직접 잡는걸 본 적이 있어야 그럴 싸 하게 들리든가 하지, 아 어젯밤만해도 창고에서 사람 죽은 것 못 봤어?? 이것도 다 귀신들이 한 짓이잖아!!? 전국에 도사는 그렇게 많은데 왜 귀신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냐는 말이여!!! 어!!??”


사내의 얼굴이 붉어지고 언성이 높아졌다.


“아 글쎄 곧 잡는 거 볼 수 있겠지!! 이미 데리러 갔으니 하마 한 나절도 안 걸릴 걸세”


그때, 건장한 체격을 한 사내가 말을 타고 멀리서부터 다가온다.


“아 저기 누군가 오고 있구만 벌써부터?”

“벌써 도착 한 건가? 노비녀석은 안 보이는데?”

“허허… 그럼 세이메이가 아닌 가 보군, 그래… 손님인가?”

“거 세이메이는 눈에 점이 있다고 하니, 보면 알겠지…”


말을 탄 사내가 활짝 열린 대문 한 가운데로 들어와 사람들 앞에서 말을 멈춰 세우고 사내의 목에서는 우렁차고 낮은 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내의 눈에는 검은 점이 있다.


“잡귀를 퇴치하러 왔소, 안내하시오.”

“아니…마중을 나간 노비는 어찌되었소?”

“곧 올 걸세… 우선 안내 먼저 하면 좋겠소만…”

“이리 오시오.. 곡물 창고에서 몇 개월 전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어제 사람이 죽고 말았소…”

“곡물창고라….”


사내와 사람들은 곡물 창고로 이동했고, 사람들은 사내를 의심했지만, 눈 안에 점을 확인하고는 의심을 모두 내려놓았다.


“자.. 이분 빼고 모두 나가시오”


사내가 남으라고 가리킨 남자는 다름 아닌 조선의 세이메이를 의심하고 욕한 남자였다.

곡물 창고에는 그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 조용한 침묵 속에서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거래를 하는 것이 어떤가?”

“허허허! 이 친구 설마 했더니 역시나!!!”

“거절하는 건가?”

“무슨 소린가!? 좋네!! 세상 살아가는 법에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법이지!! 암!! 내 특별히 자네 성격도 맘에 드니 5배는 더 쳐주겠네!!”

“보수의 5배를 더 받고, 그냥 조용히 물러가 달라…”

“맘에 안 드나?? 좋네! 그럼 10배!! 10배는 어떤가!!?”

“10배면 기와집도 짓을 수 있을 정돈데… 자네는 재물이 넘치나 보오… 뭐, 나야 상관이 없는 일이지, 좋소”


사내는 남자에게 곡물 창고에서 엄청난 양의 재물을 받고 나오면서 남자에게 한 마디 비수를 꽂았다.


“내가 그리 무섭더냐?”


이 말을 들은 사내의 얼굴에는 사색이 돌고 입마저도 굳은 채 아무 말 않고 그저 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어이!!? 벌써 끝내신 겁니까!? 키야!! 역시 조선의 세이메이라 불리시는 분은 다르십니다!!?? 아이, 그러지 말고 이왕 온 김에 파전에 막걸리 한잔 어떻소?? 내 특별히 세이메이 님께서 마음만 있으시다면 오늘밤 잔치를 벌이도록 하겠소!!”

“아아.. 그럴 필요 까진 없네,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뜨도록 하지… 다음에 올올 때 후한 잔칫상 한번 기대해 보도록 하겠네”

“역시 조선의 세이메이님은 바쁘시기야 하겠지요! 이런 누추한 곳에 까지 행차해 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이…?”

“이름 같은 건 없소, 그럼 이만….”


두 사람이 대화 하는 내내 세이메이를 부정한 사내는 입을 다문 채로 옆에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사내가 돈을 챙기고 말을 타고 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타고 또 다른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건장한 체격을 가지지도 않은 한 소년이다.


“많이 늦었군…잡귀를 퇴치하러 왔소”

“에엥!? 무슨 소리야 더 이상 잡귀는 없어!! 이미 퇴치하고 가버렸다고!”

“곡물 창고로군… 자네들은 어서 목욕물이나 하나 받아놓게나”


소년은 말에서 내려 사람들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곡물 창고를 향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지만 소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년의 눈에도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목욕물을 받으러 떠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년을 적극적으로 말리는 한 남자, 바로 전에 왔던 사내에게 돈을 챙겨준 세이메이를 부정한 남자다.



“이봐 이봐 이봐 이봐 이봐!! 뭐 하는 거야! 얼른 썩 꺼지지 못해!? 너 잡귀가 틀림 없구나!!”

“니 놈은 잠시 나와 얘기 좀 하자꾸나”


소년이 남자를 끌고 곡물 창고로 데려가 문을 잠궜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도 않아 그저 어리둥절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곡물 창고에는 소년과 남자, 단 둘만이 남았다.



“인간들에게 빼앗은 돈은 모두 잃었을 테고, 이제 저승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구나”

“너 이 새끼…. 날 가지고 농락한 것이냐!!!! 이런 하찮은 인간 주제에!!”

“푸슉!!”


이때, 갑작스레 소년이 안 주머니에서 비수를 꺼내더니 남자의 배를 찔렀다.

곧바로 소년이 한 손으로 인을 맺고 외친다.


“주박”


소년이 외치자, 남자의 양 손은 깍지가 껴지고 등 뒤로 꺾이고 양 발이 배배 꼬여 중심을 잃은 채 쓰러진다.

이윽고 소년이 밖으로 가 사람들을 불러온다.


“악의 축이 저곳에 있으니 곡물 창고와 함께 태워라”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횃불을 가져와 곡물 창고와 함께 죽어있는 사내에게 불을 붙였다.

불에 타는 동안 곡물 창고에서는 온갖 비명소리가 가득 했다.

잠시 후


“후두두두두둑!!”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창고에 붙은 불이 꺼지고 안에 있던 시체의 형상이 나타났다.

타버린 시체는 사람의 시체가 아닌 커다란 너구리의 시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부터 한 사람이 뛰어온다.


“잠깐만요 세이메이님!! 같이 가셔야죠!!! 길도 안알려줬는데!!!”


세이메이를 마중 나온 노비다. 땀과 비에 흠뻑 젖은 채로 허겁지겁 달려와 거친 숨을 내쉰다.



“목욕물 받아 놨으니, 어서 씻거라….. 그럼 이만”



바람이 분다.

빗줄기의 방향이 바뀐다.

나무가 흔들리고 열매가 떨어진다.

꽃이 눕혀지고 꽃잎이 휘날린다.



“저자가 아베노 세이메이의 환생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