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가는 냄새, 사람의 냄새, 냄새라고 하면 약간 이상하지 향기라고 하자.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기억나는 향기는 2가지 였다.

처음은 베이비 파우더향, 나의 첫사랑의 향기

첫 사랑은 잊지 못한다고 하던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수 있다.

나에게 첫 사랑은 베이비 파우더 향과 함께 왔고 그 향과 함께 사라졌으며 그 향기를 맡을 때 마다 떠올리게 되더라.

로션인지 아니면 화장품인지, 베이비 파우더 향은 너의 모든 물건에 베어 있었고 특히 내가 너에게 관심 끌려 빌렸던 무릎 담요는 그 향기가 넘치다 못해 그 향기 자체였지.

첫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순수한 빠가 새끼였던 17살 고등학생은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에 너 손 한번 잡아 보는 것으로 사랑을 마무리 지어야 했었지.

그러다 향기 없는 감정에 다른 연인을 찾게 되고 대학교 입학을 하고 군대를 전역하고 두번 째 향기를 찾았다.

세제 냄새, 세제 향기라고 해야되나 구체적으로 독일 세탁 세제 중 하나인 퍼실 퍼런색 세제의 향.

감사하게도 두번 째 향기의 주인은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고 나는 너보다 더 빠져 버리고 말았지.

너를 안을 때 마다 올라오던 그 향기. 언제나 냄새 좋다고 하며 안았지만 너는 단순히 세제 향이라고 웃어 넘겼지.

결국엔 반년간의 연애 끝에 우린 헤어 졌고 그 이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어.

언제 였을까, 마침 세제가 떨어지고 마침 쿠팡에 그 세제가 첫 페이지에 있었어. 나는 널 떠올릴 생각도 하지 못한 체, 아무런 감정 없이 로켓배송을 눌렀지.

세제가 도착하고 처음 빨래를 돌린날, 나는 그 아찔했던 향기에 한 껏 취해 빨래를 널려다 잠시 동안 추억에 빠져 들었었어.

말이 없이 소심했던 너가 나를 먼저 좋아해 주었던 첫 만남 부터, 몇 번 안되었지만 놀러 간 것, 롯데월드 간 것, 그리고 싸우고 헤어진것 까지.

만약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았다면 난 울었을 지도 몰라 그날처럼.

최근에 다시 한가지 향기를 맡아서 기억에 남아. 정확히 어떠한 향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짝사랑도 해볼만큼 했고.

분명 기억에 남을 향기인것은 맞는데 크게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어쩌면 내가 그 결말을 미리 알고 있어서 인지 모르지.

그 사람에게 고마워 하고 싶어서 글 썼어, 간만에 기억에 남는 향기를 가진 사람이길래.

좋은 추억도 떠오르고 슬픈 추억도 떠오르고 그 사람과 두 달간의 공적인 교류 동안 감정 기복이 적진 않았지.

이제는 그 공적인 교류도 마무리가 되었고 약간 씁쓸하네.

이 글을 읽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사랑 했던 사람도 사랑 할 사람도 모두 좋은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해.

상한자취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