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염장 후벼파는 이야기라 염장게시판에 올렸다가 알콩달콩 분위기인거 뒤늦게 파악하고 사랑얘기 게시판으로 다시 올림ㅠ


애인이랑은 2년 갓 사겼어.
내가 좋아해서 고백하고 사귀게 된 케이스라서 처음엔 다 괜찮았어.
비혼주의인 것도 괜찮았고, 옛 여자 관계들도, 나이차이도, 욱하는 성격도, 술버릇도 다 괜찮았다.
가뜩이나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모쏠 구제해주는다는데 맨땅에 머리 박고 절해야지..
근데 갈수록 연애에 대한 내 바람?들을 하나씩 포기하게 돼서 내가 맞는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결혼주의인데, 비혼주의라는 사람이 우리 결혼하면 뭐하자, 어떻게 살자, 애기 이름은 뭐로 하자 그런 말을 해주길래 나를 만나서 생각이 바뀐 줄 알았어. 근데 내가 애칭으로 여보라고 한 번 불러봤는데 자기는 결혼 안 한 사람한텐 여보라고 하기 싫대. 어차피 나중에 결혼할 거잖아 그랬더니 기대는 잔뜩 줘놓고 자기는 결혼할 생각없대. 이래놓고 또 결혼할 것처럼 달콤한 말들을 막 해. 정말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 굳혔어. 나도 너랑은 결혼 안 할거다 하고. 이렇게 이 사람하고의 결혼을 포기. 억울한 건 난 미래 남편이랑 첫경험하려고 혼전순결주의였는데 이 사람이 술버릇으로 헤어지려하길래 달래주려고 같이 있다가 얼떨결에 혼전순결 박살난거..? 그래서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된다고 자기합리화했는데 이제 이도저도 아니게 된거때매 좀 괴로움.

또 기념일 같이 기억하고 축하하는 것도 포기. 남친이 기념일 챙기는 게 싫대서. 그래도 나는 아쉬워서 기념일마다 편지쓰고 선물 줘.. 남친은 그거 받고 카톡으로 고마워 왜 줬어 잘쓸게 끝..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기념일 먼저 알고 축하말 한 마디라도 해준다면..

새로운 데이트도 포기. 데이트라곤 영화, 밥, 모텔이 대부분이였네.. 데이트 코스도 내가 가자고 한 데 가는 게 다였는데 매번 나만 새로운 곳 찾는 것도 힘든 거더라. 집순이여서 당시엔 괜찮았지만 추억거리가 없는 게 좀 속상하다.

커플링도 포기. 커플용품 자체가 싫대. 시밀러룩은 좀 괜찮아해서 그걸로라도 만족..

오래 전화하는 것도, 영양가 있는 연락 하는 것도 포기. 한 시간 넘게 전화하는 게 싫대. 애인이랑 대화 길게 하려면 애인이 관심있어하는 주제들 던져주고 나는 리액션만 열심히 해주면 돼. 중간중간에 칭찬도 해주고. 내가 말 길게 하면 집중 안하고 핸드폰하거나 잠들어서 안돼.

집에 데려다주거나 내 귀가를 걱정해주는 로맨틱함?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것도 포기. 내가 남친 집 앞까지 5~6번 데려다 줄 때 남친은 눈치보고 1~2번은 데려다주려나.. 남친 회식이나 친구들 만나느라고 늦게 귀가하면 난 새벽 4시까지라도 기다렸다가 전화하고 집에 잘 들어가야 안심하고 자는데, 내가 늦게 귀가할 때 남친은 이미 잠듦.. 내 걱정 안되냐니깐 나는 걱정 안 시키는 여자라서 좋대

여자관계는 정말 깨끗한 사람이지만 저번에 남자후배 만나러 간 척하고 여자후배 만나러 가서 들킨 적 있어. 내가 여자랑 단 둘이 만나는 거 싫어해서 싸움 날까봐 그랬대. 믿을만한 사람이어서 그거 백퍼 맞는 소리긴 해. 근데 담에 또 거짓말 할게 싫어서 그냥 여사친 단 둘이 만나는 거 싫은 티 내는 것도 포기.

내 성질도 포기. 나 진짜 고집세고 내가 맞다고 우기는 편인데 애인도 나랑 똑같거든. 그래서 한 번 싸움나면 말이 안통하고 끝까지 가다가 내가 먼저 사과해. 미안하단 말 평생 안 해보면서 살다가 근 2년만에 터득했어.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그 쪽도 미안하다고 해주는 편이라 먼저 하긴 하는데 점점 자존심에 상처나더라..

연애를 티비나 인터넷으로 배워서 그런지 몰라도 이 사람과의 연애는 내가 기대했던 것하고 많이 달라. 암튼 그래서 좀 많이 힘들다ㅠㅠ. 이 사람은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최선이라면서 자기는 바뀌기 싫대. 지금의 자기가 싫으면 헤어질 수 밖에 없대. 내가 진짜 좋아하거든. 첫 연애고 애틋하고 소중한 사람이야. 나름 고난과 역경도 같이 견뎠고 얼굴 값도 안 하고 정 많고 바람도 안피고 술 끊어서 쓰레기짓도 안 하고.. 사람으로선 정말 좋은데 애인으로서는 모르겠다.. 에휴ㅜ 남자 여자 마인드 차이인가 사바사인가 싶어서 의견 물으려고 글 써봤어ㅜ